제주도에는 들개가 많은가 보다. 몇 달 전부터 절에 가끔 나타나는 백구가 있었다. 하지만 주지스님은 들개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니 나도 눈을 감을 수밖에는 …
그런데 주지스님께서 딸이 죽고 나서는 백구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기에 나도 작심하고 사료를 한 포대 사왔다. 그랬더니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던 백구가 아주 조금씩 변해 가는 것 같다.
몸에 나의 손닿는 것을 언제 허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목욕 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냥 백구가 변할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마음먹는다.
사랑이란 것에 받을 것을 염려하는 순간 진정한 의미가 사라진다. 할 수 있는 것을 해 줄 뿐이고, 줄 수 있는 것을 줄 뿐 … 상대가 변해주는 것에 마음 쓰지 말 것에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린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생명체이든, 어떤 환경이든지 간에 인드라망처럼 관계들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으니 … 이 순간도 우리는 어쩌면 셀 수도 없는 관계와 인연들이 왔다가는 사라지는 것을 눈치 채지도 못할 수 있다.
그러니 참으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데 있으랴?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의 참 맛을 또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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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고
허물은 경망에서 생기고
죄는 참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 마음 다스리는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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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