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이야기

동백꽃의 윤회

작성일: 2020-12-03
동백꽃의 윤회

동백꽃이 돌아오는 시기인가 보다.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에는 언제나 한치의 오차도 없다.

제주도 해변가를 돌아보니 어느 곳은 만발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아무래도 내가 머무는 곳과 해변가는 4-5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사랑과 정열을 뜻하는 꽃말과는 달리 절간에 피는 동백은 아직은 애처롭게 아주 띄엄띄엄 피어 있다. 같은 꽃이라도 그 곳에 머무는 사람의 성향을 닮아가는 듯 ... 절집의 동백은 북적거리는 것이 싫은가 보다.

그저 오는 인연에 덤덤하고 가는 인연에 애착이 없는 생활에 젖어 혼자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이 없어진 듯하다.

생활과 그에 따른 의식 또한 깃털처럼 가벼워야 한다는 옛 어른의 말씀이 이제사 몸에 익는 느낌이다. 법구경의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불편한 것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어느 구절처럼 ...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촘촘한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런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창가에 혼자 피어있는 빨간 동백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에 의해 구별되는 것은 항상 유쾌한 일이다.

나는 그저 이 심각한 시대에 심각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으로 구별되길 바란다.

-키에르케고르-

제주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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