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숲 속에는 녹음이 한창이다. 갓 태어났던 잎들이 이젠 제법 성년으로 변해가는 아주 건강한 색깔이다. 그런 나뭇잎들이 햇빛과 어우러지면 교복을 입은 여고생의 모습처럼 생그럽다.
그런 오솔길을 걷고, 그런 숲속에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자연을 배운다. 여러 종류의 고사리들을 배웠고, 자리공 나물과 부지깽이 나물을 배우고, 따고, 요리를 해서 맛본다. 그러한 것들과 친한 아내 덕을 요즘 많이 본다.
그런 시간들 덕분에 망나니처럼, 원숭이처럼 날뛰던 옛날의 높고 깊던 망상의 마음들이 고요히 잦아든다.
monkey mind !!!
금방 어디론가 도망가고, 어디선가 뜬금없이 나타나는 쓸모없는 마음들… 그렇게 문득 올라오는 생각들이 또 문득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아채는 지혜를 늦게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다.
깊은 연못에 가라앉은 돌처럼…
며칠 후면 산수국들이 내가 다니는 길에 가득할 것 같다. 형기가 없는 아름답고 빛나는 꽃보다 숲속 길가에 향기 가득 피어나는 들꽃처럼…
그렇게 조용히 내 몫의 역할을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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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氣로 들어라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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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석양은 그윽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제주대머리 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