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사 이야기를 하면서 청음(淸陰)김상헌(金尙憲)이 삼각산을 뒤 돌아 본 지점이 고양지경이라고 했는데, 고양을 찾았다가 옆 동네 파주로 발길을 돌린다. 파주 출판단지 뒷산인 구봉산(龜峰山)이 있기 때문이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멀리 삼각산 줄기를 따라 갈지(之)자로 용맥을 이어 한강으로 입수 하는 형상이다. 풍수용어로 말하자면 ‘금구입수형’(金龜入水形) 즉 귀한 거북이가 물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그래서 구봉산은 풍수 상 길지라고 한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할까 구봉산이 길지인 또 하나의 논거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合水) 지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거북인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것은 이 산의 정상에 올라서야 의문이 풀린다. 산 정상 부근에 거북이 등껍데기 같은 형상의 바위가 있어 거북 구(龜)자를 써서 ‘구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흥미로운 일은 구봉산이 조선시대 환란기 (임진왜란, 이괄의 난, 병자호란) 정신적 지주 였던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의 스승인 구봉(宋龜峰)송익필(宋翼弼)의 호를 따왔다고 전한다. 후에 김장생은 송시열(宋時烈), 송준길(宋浚吉) 등을 문하에 둔다. 구봉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기회로 미룬다.
이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길이 있지만 약천사(藥泉寺)길을 권한다. 약천사는 고려시대 창건 됐지만, 중창 된지는 불과 20여년이기 때문에 별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 절에 특이한 이름의 “남북통일약사여래대불”이 대형철불로 모셔져 있다. ‘남북통일’과 병을 고쳐 주신다는 ‘약사여래’는 무슨 관련일까 ? 이산가족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불사라고 한다. 오른손에 환약을 왼손에는 약통을 쥐고 계신다.
그 아래에는 ‘포대화상’을 모셨다. 포대화상은 중국 당나라 ‘정응대사’로써 탁발한 모든 것을 ‘포대’에 넣어 불우한 사람들에게 보시하셨다고 하여 미륵보살의 현신으로 알려져 있다.
< 사진 : 포대화상 >
이 절에는 돌아가신 분들을 모신 ‘지장보전’(地藏寶殿)이 대웅전 보다 몇 배나 크다는 것이 특징 중에 하나다. 아마도 북에 고향을 둔 사람들의 이별과 생사의 경계를 넘어간 별리의 고뇌가 새롭게 느껴져 숙연하게 한다. 인생의 생로병사를 배우려면 한 번 쯤 가볼만한 곳이다.
< 사진 : 지장보전 내부에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가 진행 중이다.>
이곳을 찾아 가려고 네비게이션에 ‘구봉산’을 치면 전라도 진안으로 가게 된다. 지금은 심학산(尋鶴山)으로 이름이 바뀌었기 때문에 “심학산”으로 입력해야 한다.
정정숙 기자 / jschung05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