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오모리현은 북쪽 쓰가루 해협을 사이에 두고 홋카이도와 마주하고 있으며 동쪽은 태평양과, 서쪽은 동해와 면해 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여름에는 아주 덥다고 하며, 일본 사과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미카미 아키노리는 1949년 아오모리현 이와키마치에서 농부의 차남으로 출생해서 22살에 기무라 미치코와 결혼하고 데릴사위로 처가에 들어가 성을 바꿔 기무라 아키노리로 살게 된다.
1878년, 그는 생명농법의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을 읽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농법”을 사과 재배에 실천하여 800그루의 사과나무를 거의 사지에 몰아가고, 처갓집 전답을 날리는 등 곤경에 빠진다. 10년 간 무농약 자연농법이 그만큼 힘이 들었던 것이다.
사과나무에 해를 입히는 해충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갈색잎말이나방, 검모무늬잎말이나방, 자벌레, 진딧물, 잎응애, 유럽조명나방, 깍지벌레 등 30여 종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따라서 사과 농가의 수입은 벌레 먹지 않은 달고 큰 사과를 얼마나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고, 농약을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제달력’에 따라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
‘방제달력’은 언제 어떤 농약을 사용하면 좋은가를 표시해 놓은 농업용 달력이다. 사과뿐만 아니라 귤, 복숭아, 양배추, 마늘, 시금치, 당근 등 모든 채소에는 방제달력이 별도로 있다. 지역에 따라 발생하는 해충도 다르기 때문에 지역단위 농협에서 별도로 작성하여 배포하기도 한다. 이 방제달력이 농부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확물에 대한 잔류농약을 기준치 이하로 억제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농약 사용 시기를 적절히 안분하여 출하 시 농약 잔류량이 적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계속된 결과 지력이 떨어져 농작물은 자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석유화학제품이라는 비판도 있을 정도다.
이에 착안하여 기무라는 식초만을 사용한 무농약 사과 농업을 시도하였다. 10년 간 각고의 노력 결과 그의 사과는 홈쇼핑 판매 3분 만에 매진되고, 도쿄의 프랑스 레스토랑은 “기무라씨의 사과 수프”를 메뉴로 개발하여 1년 후까지 예약이 꽉 차있다고 한다.
그의 성공담은 2006년 12월 NHK에서 방송되었으며, 일본의 저명한 논픽션 작가 이시카와 다쿠치가 『기적의 사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고, 와세다대학 석사 출신인 이영미에 의해 번역 되어 김영사가 2009년 출간했다.
『기적의 사과』
기무라는 무농약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나무에 식초를 뿌려 주고, 잡초제거를 6년 간 이나 했지만, 나무는 날이 갈수록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잡초제거는 눈에 보이는 부분만 집중한 실패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잡초가 결코 사과나무의 양분을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흙을 일궈 준다는 것을 안 것이었다. 그는 잡초제거를 중지하고 그 시간에 다른 곳에 가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입에 풀칠을 했다. 그의 실패를 예감한 동네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다. 그의 사과밭에는 몇 년 째 꽃이 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7년 차 봄에는 잡초를 제거 하지 않고 봄부터 콩을 뿌렸다. 콩이 허리 높이까지 자라고 콩 밑에선 온갖 잡초가 자라고, 그 풀숲에서 벌레가 울고, 개구리가 벌레를 쫓고, 들쥐와 산토끼 그리고 뱀까지 나타났다. 기무라의 밭은 시끄러워졌고 사과나무는 조금씩 건강해졌다. 그 때부터 사과나무가 달라졌다. 9년이 되는 봄에는 사과나무에 꽃이 만개했고 그해 가을에는 탁구공만한 사과가 열렸다. 그 사과의 당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칼로 자르면 사과가 칼에 척 달라붙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10년차 되는 해에는 정상적으로 사과가 열리기 시작했다.
1991년 가을에는 태풍이 불어와서 모든 사과 농가의 사고가 거의 다 떨어지고 사과나무까지 바람에 넘어가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아오모리 현의 사과 밭 피해액은 742억 엔 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무라의 사과나무에는 80%이상의 열매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기무라의 말대로 “한 가지에 미치면 언젠가는 반드시 답을 찾는다.”의 결과였던 것이다.
요즘에는 지력이 떨어져서 농산물에 함유된 영양가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그 결과 이시대의 뽀빠이는 시금치 한 캔이 아니라 적어도 한 드럼통은 먹어야 그의 애인 올리브를 부루터스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농담도 있다.
인생 2막 시대이며, “이도향촌”(移都向村) 시대에 참고가 될만하다. 이런 성공스토리를 우리 주변에서 발굴하여 널리 알리고 배우고 익혀야 할 시점이다. 요즘
송근석기자 / shark@thesignal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