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과 일본에서 언론에 대하여 불만을 표출한 두 정치인이 있었다. 한 사람은 한국의 자유한국당 정유섭의원이고, 일본에서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다.
♦ 자유한국당 정유섭의원, “정확히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라”
정유섭 의원은 30일 세월호 7시간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 “대통령의 지시나 대응에 따라 구조될 사람이 구조되고, 구조 안 될 사람이 구조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확히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에 참석해 “세월호 사건에서 대통령은 총체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을 뿐 직접적인 책임은 현장 대응 책임자에게 있다”며 “현장 책임자만 잘 임명했다면 됐다”고 하여 비판을 받은바 있다.
♦ 아소 다로, “TPP에 관한 기사가 모리토모(森友)의혹에 비해 적다”
그 보다 하루 앞선 29일 일본 참의원 재정금융위에 출석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TPP에 관한 기사가 모리토모(森友)의혹(아베 정권을 흔드는 스캔들)에 비해 적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TPP는 일본이 주도해 ‘체결’됐는데, 경제산업상이 무박4일로 ‘페루’까지 왕복했지만 일본의 신문에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 신문의 레벨이 이렇다고 경제부 사람들에게 실컷 욕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신문 레벨’운운하는 그의 속내에는 아베정권을 위협하는 일본 언론의 모리토모의혹보도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보다 더 많이 다뤄지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두 정치인은 곤경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곧바로 역풍을 맞게 될 것이고 언론과 싸워 이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소다로와 정의원은 발언의 궤가 다르다는데 유념해야 한다.
♦ 아소 다로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정유섭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아소 다로는 그가 재무성의 총 책임자라는 데 원죄가 있다. 모리토모 사학재단 특혜의혹과 관련 문서 조작을 실행한 관청의 최고책임자가 어떻게 신문들의 관련 보도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아베 총리와 함께 “문서 조작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국민들의 압박을 받고 있는 당사자다. 발언의 배경에 치졸한 속내가 있음을 보여 준다.
반면에 정의원 발언의 또 다른 측면을 보면, 공직자의 공복의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의도로 해석이 되는 면이 있다. 그는 여수지방해운항만청 총무과 과장, 주미한국대사관 해양관, 제29대개 국립해양조사원 원장, 2007년 해수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등을 역임한 , 한국해운조합 제17대 이사장을 지낸 경력으로 ‘해양 전문가’라고 봐야 한다. 그가 현장 책임자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문제가 악화 된 것을 지적한 것은 맞는 말이라고 보인다.
필자는 정의원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원을 두둔하는 듯한 글을 쓰는 이유는 그의 발언에 공직자의 책임감을 촉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제천의 화재사고 당시에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여론에 대해서 필자는 “잠깐만 !”이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쓴 일이 있다. 그 당시 글의 일부는 아래와 같다.
♦ 모든 사건마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맞는 생각일까 ?
“모든 사건마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중략)
“대통령이 만만하면 공직은 무너지고, 가장을 허접하게 보면 집안은 무너지며, 종국에는 ‘제 눈 제가 찌르기’다. 화재현장에서 남의 생명을 위하여 본능적으로 자기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소방관의 모습을 잊어는 안 된다.”(중략)
“‘최적의 선택’은 철학일수도, 체제일수도, 종교일수도, 불륜일수도, 의무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로지 하나 변치 않는 것은 그 속에 ‘사람’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사람’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행태’야 말로 ‘적폐’일 수 있다.”(이하 생략)
♦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정권의 부담으로 남아
요즘 공무원들이 좌불안석이라고 한다. 이들은 운동권시민단체, 학자 출신 백면서생들이 실권을 잡고 현실에 밝은 공무원 얘기는 무시한다고 불만이라고 한다. 한편 반대편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공무원들의 교묘한 책임전가와 방조 또는 고의적인 외면으로 정책수립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것이다. 이 정권 들어서 내놓은 정책 중 야심만만한 역작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이는 소득주도경제정책의 기본 바탕이었지만, 거센 역풍과 후유증을 맞고 있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그냥 방치하면, 정권의 부담으로 남는다.
정유섭 의원 발언이 언론 보도 내용과는 다르게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질타함과 동시에 알면서도 실수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속 깊은 취지로 이해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