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속에서 찾아보는 여당의 총선승리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다양한 정치 분석이 나오지만, 역사 속에 답이 있다.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이라는 책은 미국 선교사가 제임스 S, 게일이 130년 전 망해가는 조선에서 직접 체험하며 느낀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책에서 그는 “조선의 고질병은 바로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라고 한탄했다.
최초의 ‘한영사전’을 저술했을 정도로 조선말을 알았던 그는 일반백성을 ‘상놈’이라고 불렀다. 비록 ‘놈’자를 붙였지만, 문맥의 전후를 보면 친근한 의미다. ‘상놈’이라는 챕터의 부제(副題)로 “조선의 빛이자 전부, 최고의 보석”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챕터에서 그가 설파한 ‘상놈’에 대한 설명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다름이 없다는 게 섬뜩하다.
“이들 상놈의 종교는 조상을 모시는 것과 관청의 벼슬아치들을 증오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략) “벼슬아치들에 대한 이러한 증오를 표출하는 가운데, 임금을 향해 품고 있는 이들의 충성심은 대단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중략). 다만 대궐의 신하에서부터 지방관리까지, 전하를 가까이 모시고 있는 모든 벼슬아치들이 나라를 축내고 있는 날강도이며 무법자일뿐.”
♦ 시장과 대결하여 이긴 역사는 없어 – 요즘엔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조선의 역사를 보면, 국가가 아무리 숭고한 이념과 명분을 내세운다고 해도 국민을 굶주리게 하거나 외적의 침입을 막지 못하면 국가로서의 존재의미가 없다. GE의 잭 웰치 회장도 “일류기업과 이류기업의 차이는 똑 같은 위기를 두 번 겪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좋은 국가에선 민중이 지도층을 인정하고, 지도층은 높은 수준의 희생을 감내해 왔다. 지도층의 희생정신은 스스로 리더십을 확보하고 국가를 번영으로 이끈다. 이때 지도자의 리더십은 고상한 탁상논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서 얻은 체험이어야 한다.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은 시장과 대결하여 이긴 역사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원리는 적응하고 활용할 대상이지 싸워 이길 대상이 아니다.구한말 망해가는 조선에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은 ‘일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려 보내는 활어차 속에 항생제를 쓰는 대신 상어 한두 마리를 넣는다고 한다. 과도한 보호와 명분 없는 지원은 활어차 속에 항생제를 넣는 것과 다름 없다. 공정하고 건강한 사회는 생태계 복원에 있다는 맥락이다.
♦ 인간은 어려운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성장
야당은 비록 이번 총선에서는 패했지만, 내일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지켜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얻는 소소한 성공은 실패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작은 성공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눈에 띄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은 쉬운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비로소 성장 한다”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안타까운 고배를 마신 여야의 잠룡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