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사이트 검색창에 ‘서울사랑상품권’을 입력하며, 각 구청명이 적힌 ‘OO사랑상품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여러 개 검색된다. 예를 들면 “○○사랑상품권 33만원(을) (현금)29만원에 판매한다”며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는 식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 되었던 것이다. 1999년 일본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시행한 ‘상품권정책’도 그랬다. 당시 일본정부가 현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상품권으로 배포한 이유는 받는 사람이 즉시 사용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나눠주는 상품권을 받은 국민들은 “얼마나 어려우면 나라에서 돈을 다줄까?”라는 의심을 했고 “나중에 더 어려워 질 수 있으니 저축을 하자”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상품권을 받은 사람들이 사채업자에게 가져가 상품권을 할인하고 받은 현금을 은행에 저축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정부가 의도한 소비촉진 효과는 제로에 가까운 실패로 끝났고, 상품권을 할인 한 사채업자와 야쿠자만 막대한 이득을 보고 말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여당의 全국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안에 반기를 들어 소득하위 70% 지급으로 배수진을 쳤다가 굴복한 모습이다. 홍부총리가 반대하던 논리는 “(재정을) 가능한 우선순위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 말에는 “더 어려울 때를 대비해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 의도가 담겨 있다.
만약 1억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 100만원을 떼어내 가난한 사람에게 주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 때 100만원을 잃은 부유층의 효용과 빈곤층이 얻는 효용 중 누가 더 클 것인가 ? 당연히 가난한 사람이 얻는 효용이 크다.
정부가 세금으로 걷은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정책은 이런 효용성에 근거한다. 부유층이 잃는 효용보다 빈곤층이 얻는 효용이 더 크므로 사회전체의 경제적 후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대표주자인 영국의 피구(A.C. Pigou)는 사람이 처음에 얻었던 효용보다 시간이 가면서 점차 효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정의하였다.
정부가 부유층의 소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전하면 사회전체의 효용은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그런 정책이 계속 되고, 반복되다가 마침내 빈곤층과 부유층의 소득이 같아진다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빈둥빈둥 살아가는 사람이나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생활수준이 같아진다는 말이다. 한계효용이 점차 체감하다가 급기야는 부유층의 상실감이 빈곤층이 얻은 효용을 넘어버린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바보다. 직원을 고용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이런 관점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소득하위 70% 명분이 ‘더 어려울 때를 대비해 여력을 비축 한다’에 멈췄던 것은 실망스럽다. 여당 뜻대로 100%를 지급해 봐야 기껏 3조원정도 더 드는 금액이 이미 500조원이 넘는 예산 아래 부담이 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 보다는 ▶한국은 미국처럼 마음껏 돈을 찍어 낼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시키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신산업에 투자하여 새로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풍토가 남겨지면 경제불씨가 사라진다는 말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비상경제회의에서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관계 부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 달라”고 주문한 것은 시의적절 하다.
그러나 같은 날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위기 대응 고용안정 특별대책의 핵심 내용인 총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새로 만든다는 55만개의 청년과 실직자를 위한 일자리를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55만개 중 30만개 일자리가 방역, 산불 감시, 환경보호 등이다. 대통령의 ‘혁신성장준비’라는 말이 무색하다. ‘족탈불급(足脫不及)’이 따로 없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현대정치사회과학의 초석을 만든 독일학자다. 베버의 연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분야는 과거의 역사다. 역사적 사실에서 당시 처해 있던 상황과 그 속에서 나온 정부정책의 성과를 검증하고 다음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중남미경제를 망가뜨린 주범 ‘포퓰리즘’이 한국 땅에 뿌리 내려서는 안 된다. 415총선에서 전국민에게 매월 150만원을 주고, 결혼수당 1억원, 출생축하금 5천만원 등의 공약으로 273명의 국회의원 후보를 냈지만, 한 명도 당신 시키지 못한 某당의 선례는 한국 국민들의 높은 정치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행정부의 동량인 관료집단이 정치권 눈치 보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객원논설위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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