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

<사진 : 맬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를 통해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했다. >

♦ ‘삼당사락’ – 세 시간을 자면 시험에 붙고 네 시간을 자면 떨어진다

 

이번 주말인 19일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36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올해 선발인원은 지난해(10,315명) 대비 4,496명이 늘어난 14,811명 모집이다. 지원자는 총 210,539명으로, 지난해(220,501명) 대비 지원자가 9,962명이 감소하여 평균 경쟁률이 14.2대 1로 다소 내려갔다. 21만명인 이들은 대부분 정부의 공식적인 실업률 통계에도 속하지 않는 숫자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삼당사락’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세 시간을 자면 시험에 붙고 네 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다.

 

시험에 불합격하고 난 대부분은 어쩌면 공부라는 소질 없는 분야를 택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주눅이 들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안 없이 또 다시 책가방을 들고 노량진으로 향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시대에 퇴행하고 있는 안타까운 대한민국 청춘의 고달픔이다.

 

♦ 성장의 꿈이 아니라 안전의 꿈이 권장 받는 시대

 

노량진으로 몰리는 발걸음은 한국 사회가 ‘일자리’를 보는 관점이 한 세대 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세대 전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해도 당장의 의식주가 해결 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후원자가 되어 뒷바라지를 해줘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럴만한 조건이 갖춰지지 못했다. 그들은 무슨 일이든 주어지면 해 내는 도전과 성취해야 하는 목적으로 삶을 개척해 왔다. 오늘이 어제 보다 나아지기 위해서였다.

 

지금 세대에게는 비교적 여건이 양호하다. 부모들도 위험부담이 많은 창업보다는 안정된 일자리를 권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공무원 시험합격은 안전한 삶으로 가는 통로다. 성장의 꿈이 아니라 안전의 꿈이 권장 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의 풍경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들에게 잠재된 능력이 너무나도 아깝다.

 

♦ ‘1만 시간의 법칙’은 4%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

 

맬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를 통해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했다. “무엇인가에 대해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을 그것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 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불합격자에게 실패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험 보는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던 결과일 수 있다. 개인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잘 못 된 것이고, 사회에는 국력의 낭비다. 이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젊을을 투자할 기회를 부여하는 기다림의 미덕과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 할 수 있는 분위기 전환이 시급하다.

 

♦ 공무원시험제도, 대폭적인 수정이 요구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 시험제도가 대폭 변경되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공무원시험은 공정성을 담보해왔다. 든든한 연줄도 집안의 재산도 필요 없다. 오로지 시험만 잘 보면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제도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권리가 보호되는 직업이다. 정년까지 보장되는 고용안정, 노후 연금 보장, 정기휴가, 육아휴직이든 공무원 사회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매우 안전한 공간이다. 그 대신 높은 도덕성과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 특수직이다.

 

이런 자리는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합당한 사람들이 차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국가유공자들이나 그 후손들, 우리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던져 남을 도운 의인들, 어려운 가정에서 효성이라는 인간의 본심을 지켜 온 사람들, 힘들게 살아가면서 사회의 귀감이 되는 사람들은 물론 장애인, 직업단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무원 자리를 나눠 줘야 한다.

 

♦ 공무원은 높은 도덕적 품성의 사람들로 채워야

 

이렇게 되면 많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반대에 직면하겠지만, 그것은 사회적 공리의 가치관을 내세워 정면 돌파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로는  국가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하는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고, 국민들은 자신의 희생이 언젠가는 보상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공익을 해치는 부정과 비리, 부패가 사전에 차단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존경 받는 의인(義人)들이 쏟아져 나와 사회정의를 시현 할 것이다. 그런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 인력 순환의 선순환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 기대

 

이런 기준이 시행 되면, 20만의 공시족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관심 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후속적으로 양질의 인력을 수혈 받은 경제계는 경제발전DNA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일자리의 합리적 배분으로 사회비용을 최소화 할 뿐만 아니라 공정성이라는 가치관에 집착하는 경직된 인식을 유연하게 선순환 시키는 효과도 불러 올 수도 있을 것이다.

 

1 댓글

  1.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民을 卒로 보는 경향이 다분히 있어, 하물며 공식적인 자리임에도 개돼지에 비유하기도
    하지 않는가. 공무원이라는 자리가 일반 회사원과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본인들이 甲이 아님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공직에 나가고자
    하는 사람만이라도 民이 本임을 망각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보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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