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의사 송희정 / 캐나다 앨버타 주도인 Edmonton시내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다>
♦ 심의(心醫), 마음을 다스려 병을 고치는 최고 경지의 의사
심의(心醫)는 마음을 다스려 병을 고치는 의사를 말한다. 의사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조선 시대 세조의 아들 해양대군(훗날 예종)의 천연두를 치료했던 명의 임언준은 “심의(心醫)는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도록 가르쳐서 병자가 그 마음을 움직이게 말게 하여 위태할 때에도 진실로 큰 해가 없게 하고, 반드시 그 원하는 것을 곡진히 따르는 자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기운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자와 더불어 술을 마시고 깨어나 있지 않은 자가 있다면 이것은 심의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 처음 내원 한 환자와 한 시간 정도 문진으로 환자의 스트레스 원인을 찾아
우리 클리닉은 환자가 처음 내원 하면, 한 시간 정도 문진을 한다. 2010년 개원 이래 만들어진 원칙이다. 대화를 통해 출생, 성장, 전공, 직업, 취미, 주거환경, 즐기는 음식, 가족관계, 부모 질병 등 환자의 모든 것을 끌어낸다. 그런 과정 속에서 환자의 병증원인을 찾아낸 후 치료한다. 이런 문진은 치료 하는 기간 중에 자연스럽게 깊이가 더해지고,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첫 날 자기 삶과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던 환자가 치료가 진행 되면서 마음을 열기도 하지만, 의사도 심층대화를 통해 환자의 스트레스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황제내경(黃帝內經)』, 정신상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
한국에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있다면, 중국에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이 있다. 캐나다에서 한의학을 공부한 필자로서는 『황제내경』을 더 많이 접했다. 『황제내경』은 건강에 대해 도교의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중국 전통의학과 삶의 환경과 생활방식, 그리고 정신상태가 인간의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절감하게 한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전설상의 제왕인 황제(皇帝)와 그의 의관인 기백(岐伯)이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소문편(素問篇)에는 계절마다 조심해야 할 병증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있다. 요즘 계절인 봄에 대해서 黃帝內經에 있는 본문을 소개하고, 현대적인 해석을 추가해 본다.
<黃帝內經>
봄의 석 달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므로 천지에 생기가 솟아나고,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랍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조금 늦게 잠들고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이 적절하며 이른 아침에 뜰에 가서 천천히 산보를 하는데, 머리는 풀어 헤치고, 몸은 느릿느릿 움직여, 생각과 마음이 생발(生發)하는 기운을 따라 함께 펼치도록 합니다.
만물이 생장하도록 하고 억눌려 죽여서는 안 되며, 도와야지 뺏어서는 안 되고, 적절한 상을 내려야지 벌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봄이라는 절기에 적당한 것이며, 생기를 기르고 조장하는 이치입니다. 만약 이러한 법칙을 어기면, 간기(肝氣)가 상하게 됩니다.
<현대적 해석>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듯이 우리 몸도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오장육부가 깨어난다. 나무와 풀 등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만물이 소생하면서 사람의 기운을 빼앗아 간다. 사람의 기운이 사물에게 빼앗기기 때문에 봄철 춘곤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리한 산행이나 야외 운동은 피해야 한다.
이때 우리 몸에서 각종 신진대사를 감당하는 간(肝)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양생법’(養生法)으로 본 병증 발생원인은 너무 좋아도 안 되고, 나빠서도 안 된다. 적정한 중용상태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는 간이 담당하여 해독한다. 그러므로 간이 너무 좋은 사람은 조급증으로 인하여, 간이 나쁜 사람은 예민한 마음으로 인하여 병이 생긴다. 그러므로 스트레스 없는 편안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남에게 덕을 베풀고 남을 해치는 언행을 하지 말고 행동도 느리게 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가장 큰 병증원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생활이 그 전보다 조직화되고 계량화됨으로써 본격화 되었다. 현대인들에게는 경쟁, 시험, 친구, 동료, 부하, 상사, 대출, 주식, 재산, 책임감, 야근, 육아, 질병, 폭력, 테러 등 인간관계에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 『황제내경』은 신선이 되는 길을 가르치는 도교와 일맥상통
그러므로 봄철 건강에는 스트레스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듯이 『황제내경』은 사람의 건강 개념에 대해 수행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신선이 되는 길을 가르치는 도교의 철학적 사고와 일맥상통한다.
끝으로 한의학에서 간과 눈은 인체에서 같은 계열로 분류한다. 따라서 봄철에는 눈병이 많이 생긴다. 건조한 날씨, 꽃가루 등에 원인이 있지만 간(肝)의 진기가 약해서 쉽게 눈병이 생기는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한 한국에서는 눈뿐만 아니라 폐(肺)장까지 괴롭히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의학전문기자 한의사 송희정 / cozyblusk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