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손 배대열의 미얀마 테마 기행

※ 배대열의 별명은 “황금손”이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 26일에는 MBN “특종 세상”에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기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EBS”도전 탐구 길을 만든 사람들” 등 등 KBS를 포함해서 많은 언론에 소개 되었다. 그는 별명만큼 다양한 사업을 해오면서 지켜온 원칙이 하나 있다. “사람의 건강에 유익한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사람에게 유익한 제품을 개발한다. 그가 몇 해 전 미얀마 오지 바닷가에서 자생하는 식물에서 개발한 “해죽순”은  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함유된 디톡스식품으로 최근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더시그널타임즈』는 황금손 배대열을 객원논설위원으로 모시고 그의 미얀마 오지 바닷가에서 그가 쓴 글들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고도정담(孤島情談) 8

지구상에도 천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황금손은 지금까지 수십여 년을 해외 오지로 떠돌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지역의 특산물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힘써 온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수천 여 곳을 다녀보았지만 미얀마처럼 강한 매력을 느낀 곳도 없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미얀마라고 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1983년도에 북한의 소행으로 발생한 아웅산테러를 기억하고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군부독재를 연상하면서 은둔의 나라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틀린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미얀마는 국민소득이 1,300불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낮은 것과 국민들의 정신수준은 절대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주민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중에 체험적으로 깨닫습니다. 그들의 정신세계 수준은 지구상의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높았다는 뜻입니다.

미얀마는 국토면적이 667,000 평방킬로미터로서 우리 남북한을 합한 면적보다 약 3배가 넓고 해발 6,000m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지대로부터 끝없이 펼쳐진 평야지대, 그리고 수천 km에 이르는 해안선 등 자연환경도 좋고 찬란한 불교유적 등 문화, 학술적으로도 큰 연구가치를 지닌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지구 상 대개의 나라들이 그랬듯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침탈의 피해를 당한 아픈 역사를 간직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정신세계만은 최고 수준

 

이광요(李光耀)가 1959년도에 싱가포르의 수상으로 취임한 후 “싱가포르를 양곤 정도로 발전시키겠다”고 했을 만큼 양곤은 195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대단한 도시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지도자를 잘못 만난 탓에 미얀마의 시계는 1950년대에 멈춰선 채로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어디까지나 현대과학문명을 지나치게 수치화 시키거나 계량화 한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단순히 국민소득수준이 낮고 문명의 혜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미얀마를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사실은 미얀마에서 단 한 달 정도만 머물면서 그들과 눈높이를 맞춘다면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알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의 농어촌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다보면 자연스럽게 미얀마인들의 사상이나 철학을 엿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사업의 성격 상 농촌이나 어촌, 산촌지역을 주로 찾아가야하는 황금손에게는 미얀마라는 나라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가 부여된 것 같아서 참 다행스런 일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산하(山河)를 주유(周遊)하면서 조금만 눈여겨보면 미얀마 국민들의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금방 눈에 띕니다. 황금손이 오래 전부터 장기간 머물렀던 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길손에 배려하는 미얀마 사람들

여러분께서는 초등학생 시절 학교 뒷 편 잔디밭에 서 있던 백엽상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미얀마에서는 그 백엽상 크기 정도의 목재로 된 그늘막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세워놓고 그 안에 20리터 쯤 되는 진흙으로 빚은 단지에 물을 담아서 물컵을 함께 놓아두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4계절이 거의 여름인 열대지방에서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 목이 말랐을 때 물을 마실 수 있게 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훈훈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마을의 귀퉁이에 있는 나뭇가지에는 벼 이삭 다발이 매달려 있는 것을 흔히 목격합니다.

들판에 곡식이 없는 시기에 날아가는 새들이 쪼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역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그들의 정신세계가 수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경제적으로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동물들을 챙긴다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미얀마에는 도시든 시골이든 조금 높은 곳이나 위치가 괜찮아 보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황금 빛 불탑이 있습니다. 그들의 종교관은 경외심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주로 음력 보름이나 매주 토요일 새벽에는 절에서 집회가 있는 날인 듯 했는데 그 절에 다니는 신도들은 물론이거니와 길을 지나는 황금손 같은 이방인에게도 정성껏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에서 또 감동을 느낍니다. 어느 날이든 이른 새벽에는 붉은 색 가사(袈裟)를 걸친 수십 여 스님들께서 양은으로 만든 커다란 그릇을 하나 씩 안고 일렬로 줄을 지어 동네를 순회합니다. 이 때 주민들은 두손을 모아 예를 표한 후 밥이나 과일 등 여러 음식을 스님들에게 올립니다. 이 음식들을 스님들께서는 대중공양(大衆供養)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스님들은 신발을 신지않고 맨발로 다니시는데 발바닥이 성치 못할 것 같아서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 자연치유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

미얀마 남성들은 대개가 “론지”라고 부르는 치마를 입고 다닙니다. 여성들이야 당연히 치마를 입는다지만 남성들이 일상에서 치마를 입고 소변을 볼 때도 앉아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또한 미얀마인들은 슬리퍼를 신는데 우리가 신는 슬리퍼와는 형태가 다릅니다. 끈이 달려서 엄지와 검지발가락 사이에 끈을 낄 수 있도록 된 슬리퍼입니다. 공무원들이나 회사원들도 업무를 보거나 외출을 할 때 치마를 입고 이 슬리퍼를 신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좀 어색합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남.여를 불문하고 “다나까”라고 부르는 베이지색 분을 얼굴에 바르고 다닙니다. 다나까는 15cm 정도 길이의 건조된 팔뚝만한 나무토막을 숫돌같은 돌에 갈아서 물에 이긴 다음 얼굴이나 팔 등에 바릅니다. 피부가 햇볕에 타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썬크림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곳에는 또한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있습니다. “꽁야”라고 부르는 것인데 빈랑나무의 열매(Betel palm)를 잘게 부수어 석회와 섞은 후 푸른 나무 잎사귀에 싸서 질겅질겅 씹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약간의 마약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도 합니다만 이것을 씹으면 살아있는 쥐를 잡아먹은 고양이처럼 입 안팎이 시뻘건 핏빛으로 물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는 그렇게 한참을 씹다가 길에다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버립니다. 거리에는 이런 핏자국(?)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점은 꼭 고쳐야 하겠다고 생각됩니다. 미관상으로나 위생적으로도 좋지않기 때문입니다.

미얀마에 처음 여행하는 분들이 약간 당황스러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화장실에 용변을 보러갔을 때인데 미얀마의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는 경우가 흔한 까닭입니다. 휴지가 없는 대신 바케스에 물을 담아두고 작은 바가지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용변을 본 후 바가지로 물을 떠서 그곳을 씻는 것이지요. 형편이 좀 나은 곳은 끝에 물총 같은 스위치가 달린 호스가 있습니다. 그 호스를 이용하여 역시 그 부위를 씻습니다. 그러니 그런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당황할 수밖에요.

 

♦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

미얀마에서 오래 머물다보니 이제는 미얀마인들의 사상이나 철학을 조금은 파악한 듯싶습니다. 자연과 동화되어 더불어 살아가려는 미얀마인들의 착한 심성을 보고 배우면서 올해로 환갑을 맞는 황금손은 이제서야 인생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기초에 입문했다는 느낌입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미얀마인들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미얀마에 와서 터득함으로써 이제 황금손도 비로소 조금씩 철이 들고 있습니다.

오지의 섬에 살면서 그들의 눈에 비친 황금손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동네의 청년들이 새우나 게, 조개 등 바다에서 잡은 것들을 가지고 황금손에게 옵니다. 가끔씩 황금손은 그 진귀한(?) 선물들을 손질해서 장작불을 지펴 조리한 후 양곤에서 사온 미얀마 위스키를 꺼내 그들과 대작을 합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가슴과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됩니다. 그들은 황금손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합니다.

황금손도 당연히 즐겁습니다.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의 지인들이 황금손의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지구상에 천국이 존재한다면 이곳이 바로 천국(天國)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하늘에는 언제나 그랬듯 또 별들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마을 청년들이 물러가고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할 시간입니다. 한국보다 두 시간 반이 늦은 시차를 가진 미얀마입니다.

 

 

미얀마에서 객원논설위원 배대열 / manson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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