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사재기가 국제사회에 던진 화두 – ‘코로나진실규명’

미국과 유럽의 화장지 사재기

▲ 3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쌓아놓지 않길 바란다”며 사재기를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 영국 유통업계는 신문 등 언론 광고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사재기를 하지 말라”며,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화장지 개수를 제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1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리 알보드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화장지 사재기 현상에 대해 “휴지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우리는 먹고 자고 배변하는데 이는 우리 자신을 돌보는 기본적 욕구이기 때문이다.”라며,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존재할 만한, 냄새 나지 않게 깨끗한 상태를 지키는 것에 관한 욕구”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생명이 위협 당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청결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 화장지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전문가라는 분이 아무리 다시 봐도 비현실적인 ‘고담준론(高談峻論)’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쉬운 걸 어렵게 말한다”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 동물, 인간의 DNA 유전자 포모(FOMO)

포모(FOMO)라는 말이 있다. Fear Of Missing Out 라는 말 그대로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의미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집이라는 작은 집단으로 시작하여 지역사회, 국가 등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포모(FOMO)는 인간의 삶을 위한 DNA로 남아 있다.

포모(FOMO)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특별히 선택된 사람만이 쓸 수 있다”라거나 “이 물건을 써야 유행에 따라갈 수 있다”라는 개념은 원초적이며 순진하다. 소비자 주머니를 노리는 노련한 상술은 더욱 교활하게 발달하여, “매진 임박”을 외치거나, “한정 수량”, “타임세일”에 “성공을 과시하는 아이템”까지 등장 했다.

사회병리학 전문가들은 포모증후군원인으로 SNS를 지목

이렇듯 마케팅 상술로 활용되던 포모(FOMO)는 현대에 들어와 ‘포모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병증이 되고 만다. 사회병리학 전문가들은 ‘포모증후군’ 원인으로 SNS를 지목한다. 시도 때도 없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은 SNS가 제공하는 정보를 알아야 남들에게 뒤지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SNS와 멀어지면, 남들에게 뒤지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피해의식이 ‘포모증후군’을 나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운전 중 신호대기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인터넷 쇼핑에서 반품이나 환불이 많은 이유도 자신이 산 제품이 최저가가 아닐 경우가 제일 많다고 한다. 최저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본인 스스로 바보가 된 거 같은 불쾌감이 치밀어 올라 자기혐오 심리로 반품해 버린다는 것이다.

‘인포데믹(Infodemic)’ = 감염병처럼 퍼지는 가짜 정보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SNS상에서 빠르고 쉽게 많은 정보를 취득하다보니 편리함과 함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검증 되지 않은 가짜정보 유통이다. ‘은혜의강’교회 소금물 분무기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일을 ‘인포데믹(Infoemic)’이라고 한다.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 유행(Epidemic)을 합성한 단어다.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쯤에서 화장지 사재기 사건의 원인이 풀린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포모증후군’이 나은 부작용 ‘인포데믹’ 때문이다. 그 과정을 상상해 보면 아래와 같다.

① 보건당국이 사회적 격리를 위한 외출금지명령을 내린다. ② 사람들은 명령 발동 시각 전까지 필요한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마트로 향한다. ③ 몸은 마트로 향하지만 온통 불안 심리로 꽉 차 있다. ④ 가는 길에도 틈틈이 SNS에서 떠도는 정보들을 취합한다. 떠오르는 키워드들은 바이러스, 위생, 화장지 펄프, 중국공장스톱, 원자재 등이다. ⑤ 마음이 바쁘고 경황 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검색한 정보들 중 ‘인포데믹’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다. ⑥ 그런데 막상 도착한 마트의 진열대에는 화장지가 없다. ⑦ 이쯤에서 언필칭 사회적동물인 인간 DNA에서 ‘포모증후군’이 발동한다. ⑧ 사람들은 마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화장지는 물론 유사 품목인 키친타월 등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아 차에 싣고, 이웃 마트로 허겁지겁 달려간다.

국제사회의 ‘코로나진실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

한국인 문화코드의 DNA는 농업이 주업인 정주민(定住民)이다. 당연히 이웃과 담장이 낮다. 농업은 계절마다 꼭 해야만 할 일이 있다. 언제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해야 하는 지 정보교환은 물론 노동력 교환거래도 필요하다. 즉 이웃과의 긴밀한 정보교환이 생존비법이다.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은 이웃들과 가까이 산다. 따라서 SNS에 떠도는 정보가 미심쩍으면 언제든 이웃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판단하기 용이하다. 한마디로 ‘인포데믹’에 잘 당하지 않는 구조다.

반면에 미국인들은 비교적 이웃과 멀리 떨어져 산다.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일이 드물다. 이웃과 너무 멀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해야 살아남는다. 게다가 서구인 피 속에서는 유목민 피가 섞여 흐른다. 어려서부터 생존을 위하여 독립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교육 받는 이유다.

미국인들에게 이런 공간적 제약은 페이스북 등 SNS로 공유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게 만들었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페이스 북에서 친구 맺기를 할 때 아무하고나 맺지 않는다. 상대방의 프로필을 세세하게 살펴가면서 친구 맺기를 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한다.

이런 조심성과 신중함은 평소 독립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도록 훈련을 받아 온 미국인들의 본성이다. 별다른 경계심 없이 거의 무차별적으로 친구 맺기를 하고, 그들이 주는 정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직접 체험하지 않은 정보는 의심하고 보는 한국인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행스럽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의 ‘근자감’은 ‘인포데믹’에 쉽게 당하지 않게 한다. 심지어 같은 동양권임에도 홍콩, 대만, 일본 등의 화장지 사재기는 모방심리로 간주해 버리고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문화적 코드 차이로 서양인들이 ‘인포데믹’ 리스크에 더 쉽게 노출 될 수 있다고 보여 진다. 문제는 ‘인포데믹’에 의한 동양인 혐오 폭력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루어 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공동체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소영웅심리로 너무 쉽게 저지를 수 있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생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찾아낸 후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이 간간이 일회성으로 허공에 던지고 마는 책임 공방이 오히려 다양한 ‘인포데믹’을 양산하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부작용의 전조 증상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든 진실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냥 넘어갈 경우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언제든 갈등이 터질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국제적인 공동조사체를 만들어 실체규명작업을 서둘러야만 한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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