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형님이 왔다.
이틀 머무는 동안 한번은 고등어회를 맛있게 먹었고, 한번은 예쁜 함덕해수욕장에서 저녁을 먹고 생애 처음으로 단 둘이서 많은 이야기를 하며 오름을 오르고, 오름의 둘레길을 걸었다.
그리고는 또 훌훌 떠났다.
그 많은 이야기들은 하늘로 흩어졌고, 또 새들의 재잘거림이 대신하여 공간을 가득 채웠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성이 있듯이 만남의 기쁨은 또 헤어짐의 아쉬움으로 이어지고, 탄생의 기쁨은 어쩌면 노년의 고통과 죽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오늘도 나는 형님과 걸었던 길을 걷고, 허전한 마음에 또 하나의 오름을 더하여 오른다.
같이 걷던 그 길을 오늘은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대화로 숲을 채운다.
높이 솟은 삼나무는 항상 침묵 속에 나를 맞이하고, 푸드득대는 새소리들은 오늘도 또한 여전하다.
그리고 …
또
숲에 어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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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정적!
매미의 소리가
바위를 꿰뚫는다.
-바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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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