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바보

일주일 만에 돌아온 제주의 하늘이 황사로 인해 조금 먼 거리의 오름들이 보이질 않는다. 제주에서 처음 보는 아주 짙은 황사인 것 같다. 황사의 탓인지…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리 가볍게 느껴지질 않는다.

매번 느껴지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옛 성인들의 말씀에 또 한 번 삼배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세월이 갈수록 그들도, 또한 나도 묶여져있던 인연의 끈들이 풀어지면서 잊혀져가고… 드물게 만나는 인연들조차 또 나를 돌아보게 하고, 또 나 스스로 초라하게 하는 또 하나의 공부거리를 던져준다.

법구경에서 “지붕을 성기게 이으면 비가 새는 것처럼 마음을 조심해 가지지 않으면 탐욕은 곧 이것을 뚫는다.”는 글귀처럼… 탐욕은 나를 나타내고자하는 아상의 탐욕도 포함되리라!

“아무리 많이 들어 안다고 하더라도 되새겨 실천하지 않으면 아는 것이 없는 것과 같듯이 먹는 이야기를 아무리해도 실제로 배가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라는 아주 쉬운 구절조차 그냥 뱅글뱅글 맴돌 뿐인 것 같다.

삶이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비워지는 공간이 커지면 커질수록 바보스러움이 더해가는 현명함이 무럭무럭 커졌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풍요로움이 더해지는 요즘의 산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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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풍부하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더 바랄 것 없이 풍족하다고 그만큼 기쁨이 더 큰 것은 아니다.

모자라는 듯한 여백, 그 여백이 오히려 기쁨의 샘이다.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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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 현담

<사진 : 창녕 우포늪에서 / 현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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