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야 오래간만에 눈이 와서 한라산이 절경이다.
눈이 온 후 한라산 올라가는 코스 중엔 영실 코스가 이쁜 것 같아 그 쪽을 선택하여 출발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올라가지를 못해 걸어서 시작을 해야 한다니 왕복 2시간은 넉넉히 더 걸리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영실 코스는 특히나 기암괴석들이 많고 깎아지른 절벽들의 오백나한 같은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잘 보지 못하는 절경에 넣어도 될 듯하다.
하지만 오늘은 중간지점부터 웃세오름까지 눈이 가득 쌓인 절경보다는 못할 것 같다.
역시 조릿대를 덮어버린 눈은 주위의 오름꼭대기까지 반지르르한 화폭을 만들었고 나무위에 핀 하얀 눈꽃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발이 날린다. 강한 바람이 밑으로부터 치솟아 올라온다. 잠깐 쉬어야겠다.
어쩜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과 닮았다. 천방지축인 마음이 요동을 칠 땐 가만히 마음이 쉬도록 할 수 밖엔 없듯이 말이다.
윗세오름에서 남벽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질 않아 양쪽 흰꽃들이 마주 닿았다.
아이젠을 끼고 7시간 넘게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수고한 몸을 오늘은 아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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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무엇인가를 꾀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저절로 가라앉을 것이다.
마치 물이 흔들리지 않을 때, 본래대로 투명하게 맑은 것처럼.
티벳 속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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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흙탕물이 가득 찬 병과 같아 휘젓지 않고 그냥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라산 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