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내용 복잡하다면 – 일단 의심하라.

마케팅전술로 활용 되는 허영심 가득한 용어들

‘바리스타(Barista)’라는 개념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1985년 시애틀 재래시장에서 오픈한 스타벅스 덕분이다. 그 전에는 이탈리아 사람들만 아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도 1999년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부터 알려진 말이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에 이어 ‘라테’라는 제품을 창조하더니, 커피 사이즈도 톨, 그란데, 벤티로 어렵게 부르기 시작했다. 1985년 이전에는 미국 어디를 가든 커피는 스몰, 미디움, 라지 사이즈로 판매되고 있었다. 스타벅스가 기존 커피와는 다른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스타벅스의 성공신화는 이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현상은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우리 잠재의식 속에 과시욕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한다. 자기 과시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속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기 과시 욕구와 집단의 관계를 살펴보면, 거기에는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연결 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출근길에 스타벅스 벤티사이즈 카라멜 마키아또를 테이크 아웃으로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자신이 아메리카노 미디움사이즈에서 머물고 있지 않음을 과시하기 위해서이다.

PB도 제대로 모르는 복잡한 펀드 세계

많은 돈을 가진 것이 어느새 성공의 척도가 되었다. 명리학자들도 과거에는 의뢰인의 사주팔자에서 관운이 있는지를 봤지만, 요즘에는 재운을 중시 한다고 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과거 엄혹한 시절에는 권력의 힘으로 남의 재산을 가로채거나 강탈하는 일이 종종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재복이 있어 돈을 가진 사람도 어처구니없는 과시욕으로 돈을 날리는 경우가 있다. 성공한 그들을 쉽게 유혹하는 사기 중에 하나가 펀드투자다. 펀드(Fund)는 돈 있는 사람들의 투자행위다. 이들에게는 대부분 여러 금융기관의 PB(Private-Banking)라는 전문가가 붙어 있다. 은행은 물론 증권사 투신사 등 각종 업종의 전문가들이 PB라는 이름으로 부유층 고객에게 예금, 적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이 붙어 있으므로 사기를 당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기를 당한다. 이유가 뭘까 ? 그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전문가라는 PB도 뭔지 모르는 복잡한 펀드 구조 때문이다. 권유하는 사람이나 투자자나 모르기는 마찬가지만 구태여 파헤쳐서 알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

지난 해 문제가 됐던 독일 국채 금리에 연계한 파생결합펀드(DLF)가 대표적이다. 신뢰 관계에 있는 PB가 상냥한 목소리로 ‘독일’, ‘국채’라는 두 단어만 꺼내도 투자자는 믿고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신뢰감, 국채라는 안정성, 신뢰감 넘치는 PB의 권유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라임펀드 – 뭐가 문제인가 ?

이런 고약한 사기 사건이 연이어 터져 시장이 뒤숭숭하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라임펀드다. 이 펀드는 미국 헤지펀드 IIG(The 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에 투자했다. IIG는 무역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펀드다. 은행 신용장(L/C·Letter of Credit)을 열지 못해 무역 거래가 힘든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줘 수출입을 할 수 있게 돕고 이자와 수수료를 챙겨왔다. 예를 들어 콜럼비아에서 커피 100만불어치를 구매한 미국의 A사를 대신해 IIG가 100만불을 대납해 주는 식이다. IIG는 A사의 공장 설비, 대주주 지분 등을 담보로 잡고 A사가 커피 제품을 생산해 자금이 돌아가면 빌려준 100만불을 이자와 함께 회수 받는 방식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꿔주지도 않은 돈을 빌려준 것처럼 속이고, 다시 이 돈을 받은 것처럼 실적을 부풀려 장부에 허위로 기재한 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들통 났다.

SEC 조사 결과에 따르면 IIG는 10년 이상 의 폰지 사기를 저질러 왔다고 한다. 존재하지 않는 가짜 대출채권을 허위로 편입시켜서 펀드를 판매해 온 것이다. 폰지 사기(Ponzi scheme)란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뒤 사람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원리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돌려막기다.

라임자산운용이 국내에서 모집한 펀드 원금은 1조6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 투자자들의 손실은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견된다. 투자자가 가입한 자(子)펀드가 모펀드와 다른 운용사의 펀드를 섞어 만들기도 하고, 자펀드별로 TRS로 유입된 자금도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TRS는 Total Return Swap(총수익스와프)의 줄임말이다. 펀드 운용사인 라임펀드가 투자금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금액을 늘리는 방식이다. 100만불 투자했는데 그 100만불을 담보로 100만불을 더 만들어 200만불이 된 것이다. 겉으로는 펀드 운용 규모를 늘려 투자 ‘레버리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펀드가 손실이 나면 증권사에서 빌린 돈부터 갚아야 하므로, 투자자 손실은 더 커진다. 라임펀드가 TRS를 한 건 폰지 사기를 연장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는지 강력히 의심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TRS든 뭐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PB가 표시한 서류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운용사에게 일임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 PB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라임펀드 회수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폰지 사기로 적발되어 거래정지 된 마당에 TRS로 더 복잡하게 꼬인 덕이다.

라임펀드 사건으로 볼 때 펀드는 심플한 게 최상이라는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펀드투자자의 개념은 단순해야 한다. 이해하기 쉽고 안전한 게 최상이다. 그렇게 되려면 삼척동자도 이해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이해하지 못할 내용으로 복잡하다면 일단 의심하고 확인해봐야 할 시점이다.

댓글 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