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제주도 화산석의 특이한 형체를 이용하여 대형 수석처럼 조형을 꾸미는 거사님 한분이 계신다. 옥불사 예전절터에 혼자 사는 그 분은 새벽어둠이 걷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해가 지는 저녁까지, 마치 톱니바퀴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신다. 내년이면 68세이니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런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화산석은 예술작품과 같아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방문객들은 거의 없고 이제까지 한 번도 그 돌을 팔아 보람을 얻었다는 말을 듣지 못해 그저 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움이 많다. 작업비용과 생활비용도 만만하질 않을텐데 …

하루 종일 혼자 계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오후 늦게 일부러 커피 한잔 하러 찾아간다. 그러면 거사님의 지나간 무용담이 또 시작된다. 거의 같은 내용이지만 한참 들어주고는 작별 인사를 한다.

이야기 속에는 담겨져 있는 삶 속에서의 고통, 좌절, 실망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들의 욕심, 질투, 시기 등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제우스신이 판도라에게 탄생의 축복으로 건넨 상자 속에 아직 남아있는 것이 희망인 것처럼 삶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상자 가득히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의 악들과 희망이라는 선을 담아 선물로 건네준 제우스신이나 선과 악의 열매를 아담과 이브에게 보여준 하느님의 입장이 참 많이 닮았다.

인간이란 유혹을 이겨내는 힘이 그토록 나약하다는 것을 아주 먼 옛날부터 신들은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런 유혹으로 인하여 생긴 욕심과 어리석음이라는 것이 더해져서 윤회의 씨앗이 되어 우리 인간들은 돌고 또 돈다는 불교의 윤회와도 일맥상통한다.

또 하루의 윤회가 저무는 밤이 되는 시간이다.

오늘 일어났던 마음의 융기들을 스스로 용서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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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단지 자기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를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나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선물이자

자비이며 사랑입니다.

즉 용서는 나를 위한 것입니다.

-경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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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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