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사태 장기화 → 정서불안 누적, 심각한 신체증상발현
‘코로나 블루’라는 말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전 국민이 폐쇄된 공간에 갇혀 생활한지 두 달여가 지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심리적인 공포심과 스트레스로 우울감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신체·정신적 충격에 대한 스트레스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코로나 사태처럼 장기화하면 2차적인 정서불안이 누적돼 심각한 신체증상으로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심리적 방역’에도 주의를 기울여 줄 필요가 있고 강조한다.
♦불안감, 대인기피증, 소화불량, 두통, 불면, 목 간질거림 등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도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마음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실제 질병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최근들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다’, ‘목이 간질간질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등 신체 변화를 겪는 것은 ‘심리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코로나에 의한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미래에 닥칠 상황에 대비한다. 하지만 인류가 경험해보지 않은 팬더믹 현상은 전혀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석정호 교수는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지구촌으로 번져나가고, 그 여파가 경제 동력을 멈추게 하는 등 위험성이 갈수록 증폭돼 불안감을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안감이 주변사람에 대한 경계와 기피증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기침을 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사람을 노골적으로 피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집단으로 모이는 사람을 적대시하거나, 일시적으로 귀국하는 해외동포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보여주듯 세상에 극복하지 못할 위험요인은 없다. 따라서 어려운 환경을 만날수록 자기성찰과 발전의 기회가 되도록 마인드 콘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평소 게을리 했던 책읽기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정서를 함양하고, 지식을 쌓아가라는 것이다.
♦ 긍정마인드, 경쾌한 음악·영화감상, 좋은 사람과의 통화 등
석정호 교수는 ▲ “혼자 있으면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우울감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며 “이럴 때일수록 경쾌한 음악이나 영화감상, 그리고 마음을 맑게 하는 주제의 독서, 좋은 사람과의 통화 등을 통해 기분전환하라”고 권했다.
▲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수면과 기상시간 같은 생체리듬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크다. 배승민 교수는 “잠을 충분히 자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면 자신감이 생길 뿐 아니라 사회를 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매일 쏟아지는 관련 뉴스가 심리적 외상을 유발할수 있으므로 뉴스는 일정한 시간에 정보를 수집하는 차원에서만 이용할 것을 권했다.
▲ 스트레스 상황에선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 특히 불안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신체반응으로 나타나고, 이런 현상이 경직되거나 반발 행동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밤에 소변을 잘 못 가린다거나, 고집이 세지고 사소한 것에 불평이나 불만이 늘 수 있다.
배승민 교수는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심리 방역이 쉽게 무너진다”며 “부모의 불안감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들은 질병이나 사망에 대한 공포가 어른보다 크다. 어른들의 불안한 표정과 대화를 듣고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 ‘우리 가족들이 다치면…’ 과 같은 공포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배승민 교수는 “청소나 환기 등 집안일에 아이들을 참여시키고, 운동이나 밝은 대화, 게임 등을 통해 부모와 함께 있다면 안전하다는 의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기사출처 : 뉴스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