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 달 미뤄졌던 부처님 탄생일 초파일 행사가 열려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잔잔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연기된 탓도 있을 것이고, 코로나 영향도 있을 것이고, 예년에 비해 훨씬 적은 신도들의 방문때문인지 법당안이 많이 비었다.
그래도 이곳에 다니는 보살님들의 식구들 중 손자 손녀의 꼬마손님들이 많이 와서 꼬마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를 어쩔 줄 모르게 했다.
행사 전과 행사 후에 꼬마들과 어울리는 순간들이 좋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니, 어느 꼬마들은 ‘할배’라 부르며 내 곁에서만 놀려고 한다. 할배랑 자기랑 동급으로 착각하나보다 ! ㅎㅎㅎ
절에서 중의 역할은 나도 처음이라 많이 어색했지만 특히 나이를 먹어가며 커져가기만 하는 눈물샘으로 행사 도중에도 몇 번 참아내느라 혼이 났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좋은 감정 때문이리라…
행사 중에 보이는 신도들의 비워있는 마음들이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비워있는 마음들이 오래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종교의 역할이란 어쩌면 이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본래의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는 지름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비워있는 마음은 어쩌면 부처를 떠나고, 예수를 떠난 마음이다.
그 비워있는 마음은 어쩌면 허공처럼 넓고 바람처럼 자유롭다…
또한 오늘은 “나는 하나님의 종”이라고 선언한 성인들의 마음을 이해한 날이기도 하고, 분별하는 ‘나의 마음’을 내려놓는 “방하착”을 이해하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없는 ‘나의 마음’으로…”
참으로 좋은 날…
오늘은 손녀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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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바라볼 때 다만 바라보고,
어떤 것을 들을 때는 다만 들으라!
어떤 것을 감각할 때는 다만 감각하고,
인식할 때는 다만 인식하라!
그 것들에 분별하는 ‘나의 마음’을 개입시키지말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가 시작된다.
– 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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