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버려라…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
♦ 김명각 “타인 문제 해결해줘 수익 낼 수 있다면 바람직한 스타트업“
성년의 날, 스무살이 되며 성인으로 인정받은 행복한 날이지만 나날이 치솟는 청년실업률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20대 청년들의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더니 급기야 심각한 위기 상태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13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전체 실업자에서 25~2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36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이 차지하는 비율은 7년 연속 OECD 1위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기약 없이 취업만을 바라보기 보다는 젊음을 믿고 창업이라는 도전에 나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정부도 청년 스타트업에 2조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청년 창업은 청년 실업의 대안으로서 주목 받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스무살을 위해 뉴스웍스는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 두 명을 만나 창업 성공 팁 3가지를 알아보았다.
◆ 창업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
제품·서비스의 문화화(culturalization)를 돕는 송승훈(33) 해외수출 솔루션 업체 ‘굿먼데이’ 대표는 캐나다에서 보낸 고교 시절 농구부에서 비교적 덩치가 큰 서양인들과의 몸싸움 끝에 늘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농구에 푹 빠져 있던 탓에 진통제를 먹으며 경기를 뛰던 송 대표는 ‘어떻게 하면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해외에서는 아프면 무조건 클리닉을 찾는다“며 ”당시 동네에 유명한 의사 겸 물리 치료사가 독점을 하고 있었고 환자들의 페인 포인트(통점)를 짚어내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부터 동네에 클리닉 4군데를 찾아다니며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관찰하던 중 환자가 핵심 가치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떤 클리닉에서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짚어내는 것을 보고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한의사와 물리치료사 면허를 취득했다.
송 대표는 “마침내 의사가 돼 개원을 하게 됐지만 현실은 상상과 달랐고 결과는 참혹했다”며 “매일 이유를 찾아 헤매며 3년 동안 고생을 하다 소비자 분석을 했고 그때 깨닫게 된 게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찾아낸 해답은 ‘Better'(더 나은), ‘Cheaper'(더 싼), ‘Faster'(더 빠른), ‘Effortlessly'(노력하지 않고)였다.
그는 환자들이 똑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더 나은 치료를 더 싸게,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쉽게 하기를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환자들은 클리닉에 내원해 치료 받는 것에 만족하긴 하지만 비용,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집에서 간편하게 긴장한 몸의 피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제품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마땅한 제품이 시장에 없었거나 있더라도 구매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돼 직접 제품 개발과 판매에 나선 것이 ‘굿먼데이’의 시작이었다. ‘굿먼데이’는 이렇게 자기 제품을 판매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로 현재 다양한 업체의 수출 파트너로 거듭났다고 한다.
김명각(32) 3D 프린터 연구 및 개발업체 ‘메타몰프’ 대표는 창업 전 다른 스타트업에서 3D 프린팅 기술 연구·개발을 맡았다.
김 대표는 “다니던 회사가 제약그룹에 인수돼 해오던 많은 일을 포기해야 했다”며 “아직 해결하지 못한 시장에 다양한 문제들을 소비자에게 남겨 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임플란트 프린터 개발 업무를 하던 중 제품의 외적인 문제는 거의 없었지만, 소프트웨어 등 상당 부분을 벤치마킹해 만들다 보니 소비자에게 사용법을 강요하는 상황이 잦았다.
3D 프린터는 까다로운 사용법에 따라 제한된 방식으로 모델링을 해야만 운영할 수 있었고, 이는 결국 전문 인력을 쓰기 힘든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김 대표는 “(기존 3D 프린터의 경우) ‘1, 2, 3, 5번을 순서대로 클릭해야 한다’는 어려운 설명서를 제공하고 만약 소비자가 다른 방식이나 실수를 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면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묻는 구조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300여개에 달하던 3D프린터 업체가 20개도 채 남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문제점을 소프트웨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데 아무도 해결하지 않았고 그러던 와중에 같은 문제를 공감하고 있는 공동 창업자를 만나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 ‘진짜‘ 하나에 집중해라
‘굿먼데이’ 송 대표와 ‘메타몰프’ 김 대표는 모두 ‘진짜’를 찾아 헤멘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진짜’가 필요하며 ‘진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말하는 ‘진짜’는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하나 잘하면 된다’는 면에서 같은 것을 가리킨다.
3D 프린터를 연구·개발하는 김명각 대표는 예비 창업의 팁으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과 3D 데이터 분석기술에 사력을 다했고, 그 결과 기존의 복잡한 3D 프린팅 공정을 자동화해 지난 1월 세종대 대양AI센터 ‘세종 플라이 데모데이’ 본선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대표는 “대상을 차지한 것도 참 행복한 일이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자리를 통해 우리 기술력을 대외에 알릴 수 있고 투자를 받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자리를 통해 입상을 한 기업들은 벤처투자캐피탈의 투자 제의를 받게 된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저와 공동 창업자 모두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경영, 회계, 인사 등 제대로 아는게 없어 습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어떻게 제품을 팔 것인지,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쪼개서 실행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네이버 쇼핑 등 거대 유통 플랫폼을 통해 파트너의 제품·서비스 판매를 돕는 송승훈 대표는 ”‘진짜’ 하나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송승훈 대표는 “자본주의 자체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돈으로 받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를 4가지에 맞춰 해결해 줘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창업은 어려운게 아니다”라며 “이미 시장에는 검증을 거친 수많은 제품·서비스가 존재하고 있고 기존보다 더 나은 ‘4가지’ 조건을 갖춘 ‘진짜’ 제품·서비스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하며 가장 많이 듣고 쓴 말 중 하나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들 한다”며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으면 바람직한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수도 없는 가설을 세우고 오류를 범한 끝에 지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고 지금도 이런 과정을 거듭하며 발전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나가는 것은 성공을 위해 실패를 거듭해 나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며 “시간을 정해 놓고 틀에 가두어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는 것을 실패라 할 순 있겠지만, 제한을 두지 않으면 도전과 성공만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예비 창업자들에게 김 대표는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면 본인 주변의 문제를 집중해 보라”고 조언했다.
송 대표는 “사람이 언제 꼰대가 되는 줄 아냐”며 “더 이상 실패할 여력이 없어지면 점점 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을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며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사출처 : 뉴스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