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을 앞당겨서 부리나케 제주도로 돌아왔다. 주지스님의 따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메세지와 전화를 통해 듣고는 바로 올 수 밖에 없었다.
19살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다. 비록 수행하는 스님이지만 딸의 죽음엔 올라오는 슬픔이 억제가 되질 않나보다.
부모의 죽음엔 먼 산이 보이지 않더니만 자식 죽음엔 앞뒤가 보이질 않듯이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이야기를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으리라.
옛 우리말에 죽음을 “돌아가셨다” 혹은 “숨을 거두었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어쩌면 죽음은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간 것이며, 선물주듯이 던져주었던 숨을 인연따라 거두었을 것이다.
딸의 유해를 절에 안치한 후 탈진한 스님을 모시고 병원 응급실에 들렸다. 1~2시간 기다리던 중에 바로 앞의 환자의 숨이 갑자기 끊어졌는지 응급실 간호사들의 다급한 분주함이 온 응급실에 가득하다. 심폐소생술조차 도움이 되질 않나 보다.
또 한분이 본래의 제자리로 돌아가셨다.
죽음도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건만… 생각들이 비어있는 시간이 잠시 잠시 흘러간다.
그런 날들이 며칠 흘렀다.
오늘은 장마가 시작되었는지 새벽부터 하늘에 구멍이 났나 보다. 바람 많은 제주도 빗줄기가 갈짓자로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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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평생 단 한번 밖에 없으니 경험할 기회가 없다.
어쩌면 삶이란 단지 탄생과 죽음을 계속 반복하는, 변화를 노래하는 춤일 뿐이다.
하지만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그리고 심장의 박동 소리들의 변화들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죽음과 무상을 경험케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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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