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둘레길

제주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올레길이 있지만 ,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한라산 둘레길 또한 나에겐 또 다른 두근거림을 준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 20-30분 정도의 거리에 입구들이 자리잡고 있으니 나에겐 더할 나위없다.

이틀 전에는 돌오름 둘레길을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적한 코스이다보니 홀로 갔다 홀로 돌아왔다.

대화를 할 상대가 바로 나라고 주장하는 마음들이니 혼자서 둘레길에서 중얼거리며 걸었다.

그 놈과 내 놈이 다투는 모습이 중얼거림인가보다. 그 놈은 내 놈을 어느 땐 부처로 만들고 어느 땐 마귀로, 지옥으로… 어느 땐 천국으로 갈팡질팡이다.

이 조그만 몸뚱아리의 의식이 평온하기도 하고,종횡하여 정신이 없기도 한다. 그러다가 조용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싸움에 지쳤나보다.

아니면 발에 밟혀주는 낙엽처럼, 물가의 시커멓고 보잘 것 없는 돌맹이처럼, 내가 봐도 못생겨서 잘 자라지 못한 나무가 부는 바람에 작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저 주어진 것에 묵묵한 채 살아가는 숲의 식구들에게 압도당한 것은 아닐까?

시끄럽기만한 그놈과 이놈의 마음도 이젠 정신 차리고 고요히 침잔하는 방법을 숲 속의 식구들에게 배우나보다.

그러다보니 4시간 정도의 둘레길 워킹이 마무리 되었다. 삼나무 숲에 어두움이 깃들기 시작한다.

물이 혼탁하면 파도도 혼탁하고 호수가 맑으면 달빛도 영롱하듯이 그놈과 내 놈도 변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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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인연은 연꽃위에 떨어지는 물과 같고

겪는 일들은 허공에 부는 바람과도 같다.

만법이 큰 허공처럼 다른 것이 없다.

그런 자리에 어찌 아름다움과 추함이 있으랴!

——-중관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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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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