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대로 오다보니 제주도까지 오게 되었나보다.
며칠 전 머물게 될 절에 도착하니 노루 2마리가 곁눈질로 반기더니만 후다닥 산으로 도망간다. 그 뒤로는 다시 보이질 않는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인간으로부터는 살기(殺氣)를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런가보다. 조금은 아쉽다.
셀 수도 없을 만치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에 익숙해 졌는지, 나는 또 습관처럼 분주하다.
어느 곳이든지 눈에 보이는 일거리를 그냥 넘기지 못하는 결벽증세가 또 나타난 것이겠지만…
부근에 있는 오름의 둘레길은 큰 위안이다. 오름 꼭대기에 오르는 것 또한 환상적이다.
하지만 오늘 주지스님이 두 달 동안 서울에서 기도와 학업으로 오늘 오후에 떠났다.
이 큰 절에 또 홀로 남았다.
주위의 오름들의 둘레길과 바닷가, 그리고 기도와 나를 기다리는 책들이 있으니 그리 염려는 되질 않지만, 뭔지 모를 아쉬움이 있음을 어찌 눈치 채지 못하겠는가?
그냥 모르는 척 산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바깥이다.
오늘의 바람은 어제의 바람이 아니다. 겨울이 오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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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집이 없건만,
가을은 깊어만 가네
– 오쇼 라즈니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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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머리
<사진 : 필자가 마음을 닦고 있는 제주도 옥불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