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극단의 헌법재판소 낙태금지법 판결 – 한국은 위헌, 폴란드는 오히려 강화
2017년 폴란드 출산율은 1.39명으로 유럽최저수준이었다. 같은 해 한국의 출산율은 1.05명이었다. 한국은 2018년 합계출산율 0.98명으로 유엔인구기금(UNPFA) 조사 대상 198개국 중 198위를 차지하고 말았다.
2019년 4월에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처벌 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현재는 “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신체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22일 폴란드 헌법재판소는”낙태가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낙태 전면금지를 결정했다.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낙태 전면금지를 결정한 뒤 여성들의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집권 보수 정치세력은 물론 가톨릭교회도 위기감이 표출되고 있다.
◆ 시위를 촉발시킨 폴란드 헌재의 합헌사유 – 생명권과 평등권을 침해
이번 시위는 지난 22일 기형아 낙태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촉발됐다. 헌재는 “낙태가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이제까지 부득이한 경우로 보던 선천적 결함, 강간·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임산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도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낙태를 전면 불법화했다는 것이다.
폴란드 여성들은 당장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과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향한 비난도 거세다. 가톨릭이 보수진영의 편에 서서 침묵함으로써 상황 악화에 일조한다고 여긴 여성 시위대는 지난 주말 몇몇 성당 안으로 진입 했고, 사상 처음으로 미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 한국의 위헌사유 –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
한국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약 2년 동안 69차례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낙태죄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서였다.
심판 대상 조항은 ①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자기낙태죄(형법 269조)’와 ②임산부의 촉탁을 받아 낙태수술을 한 의사와 한의사, 약제사 등을 처벌하는 ‘의사낙태죄(형법 270조)’였다.
이에 대해 헌재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 중 의사와 관련된 부분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현재는 “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신체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의사낙태죄(형법 270조)’도 위헌이 되고 말았다. ‘자기낙태죄(형법 269조)’ 조항이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고 보는 게 논리에도 맞다.
이에따라 지난해 5월, 검찰은 임신 기간 12주 이내 임신중지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 책임 있는 ‘자기결정권’ 행사를 돕는 게 보다 근본처방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기형아 낙태마저도 허용하는 않는 법아래 사는 폴란드 여성들이 부러워할 만한 나라다. 혹여 폴란드 여성들이 볼 때 한국을 낙태천국으로 오해할까 걱정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은 2019년 출산율 통계 그리고 코로나19로 더욱 쪼그라든 2020 결혼과 출산이다.
‘자기결정권’은 엄연히 개인이 판단할 몫이다. 그 판단에는 행동이 따르게 되고, 그 행동이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결정권’에는 개인적인 도덕과 양심을 넘어 사회적 책임의식도 수반되어야 한다. 무턱댄 결혼출산장려보다 이런 계몽의식이 보다 근본처방이 아닐지 생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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