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으로서는 반색할만한 재정정책에 명분까지 있어
선거를 앞둔 여권은 기본적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호의적이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1인당 1000달러(약 125만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한 것보다 좋은 명분이 없다. 여기에 홍콩ㆍ대만ㆍ호주 등이 바우처 형태의 재난 기본소득 지급에 나서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응당 정책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 후 시행해야 한다. 경제는 두 바퀴가 끌어가는 마차다. 바퀴 하나는 수요(需要)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供給)이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면 앞으로 잘 달려가고, 균형을 잃으면 부서져 멈추게 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바람에 소비가 갑자기 줄어든 수요측면에 기인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돈을 뿌려 수요를 확대시키는 방법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 실효성을 감안하여 시행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전제 된다. 정책의 실효성 검증은 과거의 실례에서 찾아야 한다. 역사란 그래서 중요하다.
♦ ‘재난기본소득’은 20여년전 일본이 실패한 재정정책과 같아
수요(需要)부족이 초래한 경제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돈을 나눠 주었던 정책은 20여년전 일본에서 실패로 끝났던 경기부양재정정책이었다.
1991년 일본의 신규 부동산 대출전면금지, LTV 강화(200%→70%)정책은 일본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초래했다. 그리고 연이어 장기불황이 엄습했다. 당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가 연6%이었으니, 부동산發 경기불황은 일본의 장기 불황을 불러왔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1999년 일본 정부는 소위 ‘상품권정책’을 내 놓았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바우처정책’이지만 당시에는 ‘상품권정책’이라고 했었다. 이 정책은 15세 이하 자녀를 둔 일본의 모든 세대와 노인복지연금 수령자 등 총 3590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2만 엔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다. 상품권 배포에 총 7180억엔이 사용됐다.
이 때 일본정부가 현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상품권으로 배포한 이유는 받는 사람이 즉시 사용하게 하여 만성적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골목상권과 유통업계를 살려 고용을 늘려보자는 의도와 함께 현금으로 주면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해 버릴까 봐 염려해서였다.
♦ 정부가 준 돈을 받은 일본 국민, 불안 심리 높아져 오히려 저축
그러나 이 정책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정부가 나눠주는 상품권을 받은 국민들은 “얼마나 어려우면 나라에서 돈을 다줄까?”라는 의심을 했고 “나중에 더 어려워 질 수 있으니 저축을 하자”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상품권을 받은 일본 국민들은 상품권을 할인해 버렸다. 상품권을 사채업자에게 가져 가 할인 받아 현금화한 돈을 은행에 저축해 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 정부가 의도한 소비촉진 효과는 제로에 가까웠다. 그 대신 상품권 할인 거래를 주도한 사채업자와 야쿠자만 막대한 이득을 보았다.
♦ 일본 국가부채 1경이 넘고, 국민 1인당 1억원 수준
결과적으로 상품권을 배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정부의 재정 부담이 됐고, 일본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었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 복지정책으로 생각하고 상품권을 나눠 준 일본 정부는 깊은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일본의 국가부채는 1100조엔을 넘는다. 1100조엔은 원화로 계산하면 약 1경 2837조원이다. 숫자로 표현하면 12,837,000,000,000,000원이다. 일본 인구 1인당 1억원 수준이다.
일본이 이토록 어마어마한 국가 채무를 짊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있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사용하면서 예산을 다 쓴 데다 세수가 부족해지면, 적자 국채발행으로 메우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그런 식으로 늘어난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약 250%로 세계 1위이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두 부류가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의 변화에 자신을 잘 맞추는 사람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에게 세상을 맞추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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