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풍조 – Touching fish(물고기 만지기)
중국어 특유의 중의적 표현을 감안하면, ‘Touching fish(물고기 만지기)’는 “위기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험한 일은 다른 사람이 하게하고, 자신은 슬그머니 편승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Z세대는 직장에서 ‘Touching fish’를 장려하고 있다. 중국 Z세대의 이런 반항은 보상이 거의 없는 직장에서의 시간외 근무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Z세대는 996 업무체제(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주 6일)를 준수해야 한다. 이는 중국 거대 기술 기업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노동에 비해 적은 보수에 대한 실망감으로 SNS를 통해 직장내 게으름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 웨이보에서 노골적으로 직장내 태업에 동참 촉구
대표적인 예로 초과 근무를 하지 않거나, 최선의 노력으로 일을 하지 않고 적당히 하기, 화장실에 자주 가거나, 휴대폰을 가지고 놀기, 근무시간에 소설을 읽는 등 게으름을 피우는 행동이다.
이런 풍조는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대처가 오히려 더 만연하게 하였다.
웨이보에는 “왜 상사는 제게 1센트만 주는데 제가 10센트 상당의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하는 걸까요?”라는 불만 가득한 근로자의 글이 있다.
다른 사용자는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할 의사가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우리의 부업을 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라고 반문한다.
상하이의 한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마사지 베어라는 가명으로 ‘Touching fish’를 홍보함으로써 유명해졌다. 입소문이 난 그녀의 게시물 중 하나는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는 여러분이 돈을 얼마나 받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인터넷에 5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블로거는 “여러분이 매우 열심히 일하면, 여러분의 동료들은 불운을 겪을 것입니다”라며, “여러분의 상사가 여러분이 세 사람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월급은 오르지 않겠지만 사장님이 계속 그렇게 열심히 일하라고 하실 거예요”라며 Touching fish를 선동한다.
◆ 상대적으로 적은 소득으로 근무시간에 부업도
이들은 직장에서의 게으름은 보상이 거의 없는 시간외 근무 문화에 대한 무언의 반항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또한 그들의 봉급에 대한 실망의 반영이며, 집을 사는 것과 같은 꿈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믿는다.
주요 구직 웹사이트인 51job.com의 최고 인사담당자인 제니퍼 펑은 “20대의 젊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흔한 일인데, 주로 그들의 수입이 적거나 그들의 봉급이 많이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회사들이 제공한 급여는 2020년에 평균 2% 올랐고, 기업의 절반이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지 않았다”고 그녀는 SCMP에 말했다. 그것은 향후 3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많은 직원들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온라인 쇼핑에 관심을 갖거나, 약간의 현금을 벌기 위해 온라인 제품 링크를 중계하는 것과 같은 수입원을 다양화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펑은 말했다.
◆ 유복한 Z세대, 유약한 건 또 다른 현실
그녀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태어난 많은 근로자들은 고난을 견디고 근면하게 일한다는 전통적인 정신을 따르고 있지만, 1990년대에 태어난 근로자들은 매우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Z세대는 그들의 이익과 다른 개인적 이익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강력한 부모의 재정적 지원 덕분에 쉽게 직장을 그만둘 것입니다”라고 펑은 말했다. 유복한 부모 밑에서 부족함이 없이 자란 Z세대의 유약함을 의미한다.
Z세대의 이런 풍조에는 고용을 보장하는 중국 노동법도 한 몫 거든다. 중국 노동법에는 회사가 실질적인 이유 없이 직원을 해고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보통 해당 직원의 월 급여가 회사에 근무한 년 수(N)에 1을 곱한 금액이다.
문제는 이런 풍조가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 직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이다. 어쩌면 중국의 Z세대가 우리로부터 배워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사 및 사진 출처 : SCMP / 저작권침해의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