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있다. 원제는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 Patterns of Japan Culture로써 “일본 문화의 유형”이라고 해석 된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 여사가 저술한 책이다.
베네딕트는 1944년 일본과 전쟁 중인 미국 전시정보국의 의뢰로 집필했다. 당시에 교전국인 일본에 대한 현지 조사 없이 미국에 이민 온 일본인들과 날마다 점심을 같이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했음에도 일본이 일본다운 이유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저술로 오늘날까지 평가받고 있다.
♦ 일본인들 정서 밑바탕에 있는 와(和)와 온(恩)에 주목
베네딕트는 일본인들 정서 밑바탕에 있는 와(和)와 온(恩)에 주목한다. 和를 파자하면 벼화 禾 + 입구 口가 된다. 즉 쌀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로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 공동체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 은혜를 입고 사는 ‘온(恩)’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온(恩)은 철저히 와(和)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 “주고받기”관계이다. 받은 사람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의식이 철저하다. 그러므로 일본인들과의 올바른 관계는 와(和)와 온(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 도어야 한다는 것이다.
♦ (주)굿먼데이, 스타트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일본 시장에서 확인
굿먼데이가 일본에서 온(恩)을 입었다. 스타트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 한 것이다.
日本에는 50개 정도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존재한다. 이 중에 마쿠아케(マクアケ/ www.makuake.com)는 크라우드펀딩의 70%를 점유하는 1위 사이트이다. 마쿠아케(マクアケ)는 “개막 , 일을 시작하다”란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쿠아케(マクアケ) 크라우드 펀딩 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하였다. 주주는 일본에서 인터넷 광고와 게임 앱 그리고 미디어 사업으로 성공한 사이버 에이전트(CyberAgent)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의 나카야마 대표가 벤쳐캐피탈리스트 출신이라는 점이다.
마쿠아케에는 지난 5월 3일자 기사 “스타트업의 혁신은 Kickstarter에 있다”에서 소개한 미국 최대 크라우드 펀딩사이트인 킥스타터와는 다른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 마쿠아케에 흐르는 일본 정신과 대표가 VC출신이기 때문에 기인 된 것으로 생각 된다.
♦ 마쿠아케 플랫폼에 올리기 위해서는 엄격한 사전심사를 통과 해야
우선 마쿠아케에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등록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협업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기술 혹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이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온라인상에서 매칭 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아이템을 마쿠아케 사이트에 올리기 위한 과정은 매우 어렵다. 미국 킥스타터, 인디고고 등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와는 달리 사전심사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사전심사가 유난히 까다로운 이유는 온(恩)의 정서가 깔려 있는 일본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용서 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벤쳐캐피탈리스트인 나카야마 대표는 제품을 등록하고자 하는 기업이 해당 아이디어를 실현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고 한다.
이런 사전 심사는 스타트업으로서는 감내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꼼꼼한 사전심사 덕분에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 킥스타터의 성공률이 40%에도 미치지 않는 것을 비교하면, 높은 성공률임에 틀림없다.
♦ 금융권과 협업으로 스타트업 지원
이러한 명성에 힘입어 마쿠아케는 금융권과 연계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는 기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보다 확연한 차별성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을 심사하는 은행 입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이나 재무평가는 수월한 반면 상품성에 대한 평가는 긴가민가하다. 여기에 마쿠아케가 나서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상품성을 검증해 주는 것이다.
마쿠아케가 이러한 자세로 일본 크라우드 펀딩을 리드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최근 새로운 경영방법인 LeanStartup의 등장으로 일본에서는 소니, 샤프, 도시바 등이 마쿠아케 플렛폼을 이용하여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 중이라는 사실이다. (※ 5월 2일자 기사 “스타트업의 뉴 패러다임 – 『린스타트업』(LeanStartup)” 참조)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마쿠아케로 몰려드는 이유다.
♦ 미국 시장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매출 시현
이 사이트에서 주식회사 굿먼데이는 49일간 약 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양 중이다. 1년 반 전 미국의 킥스타터에서 약 7억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받은 동일한 제품이다. 다만 유난히 시간에 쫓기는 일본인 특성을 감안하여 당초 2분짜리 동영상을 45초로 줄여서 올렸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의 인구비례로 볼 때 거의 같은 수준의 매출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 제품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거북목 증후군으로 목과 어깨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사진 : 마쿠아케에 올린 동영상 첫 장면과 제품명 C-Rest 사진 / 거북목증후군을 위한 제품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세상에 나가는 것이므로 위험부담이 크다. 스타트업에게 필요충분조건인 역량은 영업력이 바탕이 된 상업화 이다.
♦ 상업화에 실패한 혁신은 실패
MIT의 에드 로버츠(Ed Roberts)교수는 ‘혁신’을 아래와 같은 수식으로 정의한다.
혁신 (Renovation) = 발명 (Invention) X 상업화 (Commercialization)
이 수식에서 볼 수 있듯이 발명이 아무리 훌륭해도 상업화가 0(제로)면 혁신도 제로가 된다.
매출 문제는 모든 기업의 과제이지만, 스타트업인 경우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굿먼데이는 미국의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등에서 검증 된 제품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으로 소문난 마쿠아케의 사전 심사를 수월하게 통과하여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작은 성공들을 하나씩 모아 큰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굿먼데이는 지금 C-Rest라는 이 제품을 세 가지 종류의 각기 다른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여 미국 킥스타터에서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으로 마지막 작업 중이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