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북서부 쪽 히말라야 산맥자락에 ‘쉬라바스티’라는 지명이 있다. 2,500여 년 전 부처님이 대중에게 불법을 설파한 ‘기수급고독원’이 있는 곳이다. 이때 부처님이 설파하신 불법은 경전으로 남겨 전하는데, 첫 문장이 “불재사위기수급고독원”(부처님이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로 시작하는 금강경이다. 그래서 ‘쉬라바스티’는 부처님 8대 성지 중에 하나다.
이 곳에 한국의 大忍스님이 20여 년 전 ‘기원정사 천축선원’이라는 이름의 사찰을 창건하였다.
‘현담’은 이 절의 도감이다. 도감은 사찰의 운영을 책임지는 소임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그는 또한 사찰부속 “보광초등학교”의 교장직도 맡고 있다. 현재 학생수는 100여명인데 신입생으로 매년 20~30명 증원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5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오지에 사는 가난한 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8대 성지에 자리한 이 사찰은 성지순례를 하는 신도들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한다. ‘현담’은 절의 도감으로써 당연히 이들을 안내하고 시중을 든다. 낡은 버스의 지붕에까지 올라 앉아 비포장도로의 먼지를 마셔가며 도착한 신도들과 천사 같은 어린 학생들을 보며 <인도대머리>라는 필명으로 쓴 ‘현담’의 글들은 꾸밈없이 수수한 감동을 준다. ♦ 편집자 주 ♦
“별 것 아닌 삶 속에서”
『 어김없이 찾아오는 순례객들 … 나보다 연세가 지긋하신 순례객들의 짐을 도와줘본다. 눈이 마주치면 주글거리는 얼굴 속에서 그토록 해맑은 웃음을 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처럼, 참 맑다 !
기나긴 버스여정 속에서, 그들은 무엇에 그토록 절실한가? 찌들어 있는 내 눈에는 그들이 이미 부처이건만… 아직도 찾을 그 무엇이 있나보다.
옛 단상 하나가 떠오른다. 대학 시험 준비 중이었던 약 43 년 전 쯤 친구 하나가 술한잔에 던진 한마디 말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맴도는데,,,,,, ‘평범하게 간다는 것이 참 힘들 것이라고,,,’ 그 때 우린 참으로 젊었으니, 그냥 잊혀지는 말이었는데,,, 평범하게 산다는 그 속엔 비범함이 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요즘에 깨닫는다.
그래서 힘든 것 같다. 그냥 쉬이 얻을 수 있는 평범함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또 다른 세대의 그룹들이 또 비슷한 이야기를 주고받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별 것 아닌 삶” “그냥 주어진 대로의 삶”이 아닌
그 무엇으로 절실한 것인가? 그리고, 또 나는 지금도 헤매고 있다. 』
“무지(無知)의 축복”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도 소개한다.
『 아침엔 학교의 천사들과 손을 맞추고 눈을 맞추는 것이 일과이다.
마주치는 손바닥보다 요즈음에는 머리 쪽과 얼굴 그리고 목덜미 쪽에 자주 눈이 간다.
툭툭 불거진 곳이 점점 많아지는 시기인가보다.
아이들의 피부도 이 기나긴 여름이 힘 겨운가 보다.
한국의 한 여름정도로 생각하고 순례오신 분들이 고개를 절래절래하면서 돌아갈 길을 재촉한다. 순례오신 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스스로 안쓰러워서 빨리 다른 곳으로 떠나시길 바라는 마음도 한구석엔 존재한다.
우리나라 한 여름의 날씨보다 한 단계 높은 더위가 3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40도에서 50도 습도는 10%정도로 바람이 세게 부는 여름이고, 6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는 온도 35도 에다가 습도는 무려 90%를 육박하는 또 다른 종류의 여름이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단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무덤덤한 성품을 가진 인도인들에겐
또한 다른 세상을 모르고 사는 이곳 주민들에겐
아니면 주어지는 것에 별로 분별심을 나타내지 않는 인도인 특유의 성격때문에
이 여름도 조용하게 지나가고 있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것이 같은 모습의 상태로 혹은 같은 마음의 상태로 영원할 수 없고 변화하며 지나가는 것이니…
무상(無常)함에 길들여진 것처럼 평온하다.
그 속에서 무언가 바쁜 척해야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의 나는 아직도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 길들여져 있는 채로 남아있다.
뜨겁고 차갑고…
덥고 춥고…
옳고 그르고 …
등등의 분별에 익숙한 나는 어느 땐 외계인 같다.
그렇게 구분을 하며 살아온 삶의 습관들이 오히려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는 줄도 모른 채 ~~~ ~~~
한여름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