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을 때 이미경 씨제이(CJ)그룹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밝힌 걸 두고 제작자로서 관례에 벗어났다는 등의 뒷말이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발언은 요즘 우리 사회에 닥친 갈등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는 시의적절한 발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 작품상은 영화 제작자에게 수여된다. 작품상 수상 당시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간단한 상 소감을 전했다. 곽대표가 말을 마치고 이미경 CJ부회장에게 마이크를 넘기자 무대 조명이 꺼졌다. 그 때 톰 행크스 등 객석 앞자리 배우들이 Up! Up! Up! 이라며 두 팔을 벌려 올리는 제스쳐를 취하며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불이 다시 켜졌다.
이미경 CJ부회장은 영어로 아래와 같은 요지로 수상소감을 말했다.
① “봉 감독에게 감사합니다. 당신 자신이 되어줘서 감사합니다.(Thank you for being you)” 여기서 ‘당신 자신이 되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은 특별한 개성과 창의성을 가진 봉 감독만이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치하하는 말로 해석 된다. 이어서
② “기생충을 지원해준 분들, 기생충과 함께 일한 분들,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라고 함께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특히 자신의 동생인 이재현 CJ 회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③ “제 동생에게도 감사인사를 하고 싶은데요, 우리의 꿈이 불가능해 보일 때에도 우리의 꿈을 지원해 줘서 고맙습니다.”라며, Thank Jay ! (Jay는 이재현 회장의 영어 이름인 듯)라고 했다. 두 말 할 것 없이 영화 제작과 홍보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 준 데 대한 감사함을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경 부회장은 “특별히 한국의 관객들에게 정말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면서 “▲ 늘 우리의 영화들을 응원해 주셨고, ▲ 모든 영화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직설적인 의견을 바로 말씀해주신 덕분에 ▲ 저희가 자만할 수 없었고, 감독과 창작자들을 강하게 밀어주셨습니다. ▲ 한국 관객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하였다.
이부회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자본가는 창의적인 기업가를 지원하여 성공시킨다. 그런데 그 성공의 과정에는 민주적인 비판과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목표에 다가간다는 논리다.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적인 조직과 제도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 조직과 제도가 제 기능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견수렴이 중요하다. 내로남불의 상대편 발목잡기로는 결단코 성공 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 언론의 건강한 비판을 수용하고, 가짜 뉴스를 악용하지 않는 도덕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6대 그룹 대표와 경제 5단체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관례를 벗어나 재계 순위 12위권인 CJ이재현 회장이 초대 되었다. 문대통령은 CJ그룹이 투자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쾌거를 언급하면서 기업들의 도전과 혁신이 국민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부와 경제계가 합심하여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 회복의 흐름을 되살리는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기업들의 투자를 촉구하였고, 참석한 기업총수들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알려졌다.
<사진 : 이미경 CJ부회장이 “주저하지 않고 직설적인 의견을 바로 말씀해주신”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대목 / 유튜브에서 캡쳐 / 저작권 침해의사 없음>
https://news.joins.com/article/23705782?cloc=joongang-home-newslist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