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은 좌경적으로 실천은 우경적으로

어제 “정부정책의 정성이 부족하다”는 기사 중 “이론은 좌경적으로 실천은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의 함의에 대해 따지는 독자들의 전화가 여럿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사회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이들은 남미 국가들에서 도미노 식으로 이루어지는  좌익정권 붕괴를 예로 들었다. 좌는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일 시행된 서울시의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라는 사상 최초의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지적 되었다. 故신영복교수의 “이론은 좌경적으로 실천은 우경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인 좌의 생각을 우의 경험에서 우러난 합리적인 추진으로 달성하자는 의미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두고 시민 반응이 엇갈리고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습니다.”라고 말한 박시장의 16일 발언이 과연 합리적일까 의문이 든다.  하루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운행에 들어가는 예산은 50억원이라고 한다.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했는데도 이날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은 지난주 월요일이었던 8일과 비교해 1.8%(2099대) 감소에 그쳤다고 한다. “효과 없이 예산만 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도 서울시는 17일에도 출퇴근 시 버스·지하철 이용 무료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것은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서울 인근 경기도 주민들에게는 이 조치가 적용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형’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내일도 경기도민들은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고, 경기도민들로서는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한 가지 더 고려할 문제는  새벽6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출근하는 취약계층에게도 별로 기분 좋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분들로써는 당장 손해 볼 건 없지만, 이런 식의 선심보다 기본적인 시스템 변화를 갈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가서 그들은 서울시의 선심성 행정으로 낭비되는 예산이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론은 좌경적으로 실천은 우경적으로”의 의미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이 소통하고 밑바닥을 알아야 한다.

노자가 이 세상의 최고의 선으로 물을 말하면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한 것은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흘러 큰 강을 만들고 기어코는 바다를 만들기 때문이다.

송근석 / shark@thesignaltimes.net

1 댓글

  1. 중용에 나오는 국가다스리는 8개 원칙중
    ‘자서민’이 떠오릅니다. ‘서민들을 내 자녀처럼!’

    국민들을 내 자녀처럼 여기는 부모의 마음가짐으로
    나라의 일들을 시행한다면 좋은 방안들이 나올 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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