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새벽에 내린 눈이 비로 바뀐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문재인케어’ 반대 시위에 경찰 추산 1만여 명의 의사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던 3,800여개 비급여 진료항목을 단계별로 급여화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치료에는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했던 항목들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MRI 검사, 심장·흉부질환 초음파, 노인·아동·여성 등 취약계층 신경인지기능 검사, 선천성 대사 이상 선별검사 등이 우선적으로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고, 만성·중증질환자에 대한 다빈치 로봇수술, 백내장 환자의 계측 검사, 폐렴균·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현장검사 등도 차차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향후 5년간 소요예산이 30조 6천억 원이 든다고 한다.
이국종교수가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1년에 10억 이상의 적자를 내는 실정이라서 소속된 병원에 죄인이라고 하소연을 한 바 있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중증외상센터 의사로서 원칙적으로 환자 치료에 써야만 하는 약품과 기기를 쓰면서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과다한 삭감 진료비 심사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국종교수가 매년 10억 원의 적자를 병원에 떠안겼다면, 반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매년 10억 원을 절약했다는 말과 일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급을 거절한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 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그동안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감독 없이 환자를 보면서 수익을 누렸던 의사들에게는 그만큼 수익이 줄게 될 것이다. 이에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비급여 항목이 대폭 축소되면 수입이 감소해 병원 경영에 위협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배포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향후 5년간 건강보험으로 받을 30조 6천억 원도 부족하다고 길거리로 나선 것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좋을 리가 없다.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환자의 병인은 이러한 것으로 진단되는데, 저러한 증상에 대한 확인을 이번 기회에 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부분이므로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의사로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선택할 문제이다.”
라고 하는데, 자비로 부담하기 싫으니 건강보험에서 허용하는 부분까지만 진단하고 치료하라고 할 환자나 보호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픈 게 죄인 환자와 그 보호자는 의사의 처방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고, 그 내역을 아무도 감시할 사람도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급을 거절한 이국종교수의 10억 원은 결과적으로 아주대학교병원이 환자에게 시혜를 베푼 것이다. 국민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실수가 있어서 논쟁이 있었지만 아무도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 모습을. 그러나 대한문 앞에 나섰던 의사들을 보는 일부 국민들은의 시선은 의사들이 그 10억 원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으려고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의사협회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고, 담당 관료들은 ‘문재인케어’ 시행 6년차 이후에도 예산 확보가 가능한지 제대로 챙겨봐야 후대에 재앙이 되지 않을 것이다.
송근석기자 / shark@goodmonda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