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현장에서 폭력과 폭언 – 의사에게 없는 환자 선택권
우리나라에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환자에게는 의사 선택권이 있지만, 의사에게는 환자 선택권이 없는 이 같은 법조항이 의료현장에서 폭력과 폭언, 업무 방해로 인한 다른 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지금과 같이 진료를 강제하는 의료법은 의료인 직업행사를 부당하게 침해해 다른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 미국 등에서는 의사의 환자선택권 인정
미국 및 유럽에서도 의사의 환자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자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마약 처방 등 부적절한 치료를 요구할 때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특히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가 단절된 경우에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료거부 문제는 병원의 퇴원조치 같은 상황에서 환자가 불만을 제기할 때 발생한다. 이때 법원은 의사와 환자 측 사정과 기타 정황을 종합해 진료거부금지 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없다보니 상황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5일 ‘진료거부금지 의무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12가지 유형을 선별했다. 다만,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와 인종・성별・종교・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행위는 여기에 포함하지 않는다.
♦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12가지 유형
①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질환 등으로 인해 진료할 수 없는 경우 ② 병상・의료인력・의약품・치료재료 등 시설 또는 인력이 부족해 새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③ 외래진료의 경우 예약환자 진료 일정 등으로 당일 방문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④ 해당진료가 의료인의 전문영역과 다르거나 전문지식, 경험이 부족해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한 경우 ⑤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이미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내용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⑥ 환자가 적극적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요구하는 것 등과 같이 부적절한 치료 방법을 요구하는 경우 ⑦ 입원치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⑧ 환자가 의사의 치료방침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⑨ 의사의 양심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⑩ 의사가 양심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 ⑪ 환자가 의료인 또는 동료에게 모욕・명예훼손・폭행・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⑫ 환자가 의료기관을 점거하거나 기물을 훼손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