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사업자만 죽일 족탈불급 전세대책

정부가 최근 꼬일 대로 꼬인 전세난 해소를 위해 내놓겠다는 전세대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경기위축으로 비어있는 상가나 사무실, 호텔 등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서 공공전세라는 이름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공실인 다세대, 다가구, 단독주택, 아파트 등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다세대, 다가구, 단독주택, 아파트, 상가, 사무실 등과 심지어 호텔 등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은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 시장 논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공급이 원활하고 수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책에는 공급과 수요 두 측면 모두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공급측면을 보자. LH나 SH공사가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부동산을 구입하듯 할 수 없다.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서 입지선정, 감정평가, 매도자와 협의, 내부 결재 과정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시급을 요하는 시장에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다.

둘째, 상식적으로 볼 때 현재 공실인 다세대, 다가구, 단독주택, 아파트 등이 있을 리 없다. 만약 있다고 하면 입주자격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공공임대주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록 있다 하더라도 수량이 적어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

셋째, LH·SH공사가 매입 한다는 상가, 사무실, 호텔 등은 소비자들이 외면한 물건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문을 닫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과연 이런 물건들을 매입하여 용도 변경하는 과정에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진 LH나 SH공사 임직원들이 정부 뜻에 순순히 따라 줄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간과한 점은 수요자 분석이 틀렸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시장에서 부족한 물량은 3~4인 거주가 가능한 주거시설이다. 상가, 사무실, 호텔 등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봤자 1~2인용에 불과할 게 자명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1~2인용은 원룸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1인가구라도 원룸이 아닌 2룸 시대다. 2룸이 아니면 최소한 1.5룸 정도는 돼야 시장에 먹힌다. 결국 도심권에서 상가나 사무실, 호텔 등이 주거용으로 공급되면, 원룸사업자 종말이 필연적이다.

연속되는 부동산대책의 근본철학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속성을 이해 못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트렌드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뜻이 옳다며 강행한 정책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유사한 현상들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사진 : YTN캡쳐 / 저작권침해의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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