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에 당당하지 못하는가?

중국이 한국전쟁 참전미화로 애국심을 고취 중이다.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말 자체가 미국에 대항하여 북한을 지원하였다는 의미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위기극복의 사례로 사용하는 전술이다.

발단은 10월 12일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밴플리트 상’을 받으면서였다. RM의 수상소감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비난이 거세지자 중국의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삼성 갤럭시 S20 BTS에디션 등 BTS 관련 제품이 사라졌다. 징둥닷컴과 티몰 등에서도 제품이 사라졌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 받은 중국 당국은 23일 한국전 참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으로 하여금 “한국전쟁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위대한 승리”라고 발언하도록 했다. 그러자 다음날 미 국무부의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이라며 즉시반격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이 트집 잡은 RM의 수상소감은 “우리는 두 나라가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누가 봐도 “제국주의에 맞선 위대한 승리”라는 시 주석의 정치적 수사에 비해 고난과 희생을 상기하며 재발 방지라는 평화의 메시지다.

세계적인 대국의 지도자 생각보다 BTS의 그것이 훨씬 나은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시시콜콜 따질 일도 아니다.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 중국의 ‘항미원조’ 결과를 사진으로 보여 주면, 유구무언이 될 수밖에 없을 게 분명하다. 중국으로서는 자칫 대응에 실패할 경우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권 구상에 흠집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경구는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다”와 “역사를 두려워하라”는 말이다. 현실을 왜곡하는 ‘감언이설’이나 ‘조삼모사’식 꼼수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어차피 어려운 현실에서 조금 더 힘들다고 달라질 것은 별로 없는 법이다. 정부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정직한 현실인식으로 분산된 국민을 단결시키고, 사기를 고양하여 위기극복의 촉매로 써야 할 것이다.

<사진 :  국제우주정거장에서 2014년 촬영한 한반도 야경 /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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