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종차별 시위와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사라지다.
HBO 측은 성명을 통해 “해당 영화는 그 시대의 산물”이라며 “불행히도 당시 미국 사회에 흔했던 인종적, 윤리적 편견 일부가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묘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틀린 것이며, 이에 대한 규탄 없이 해당 영화 방영을 지속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클라크 케이블과 비비안 리가 주연한 1939년 영화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 위치한 주인공의 대규모 상업 농장이 영화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데, 이곳에서의 흑인 노예들의 삶이 매우 평온한 것으로 미화됐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맞물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말도 안 되는 인종차별적인 묘사가 담겼다는 이유로 OTT 플랫폼에서 사라진 것이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칭송한 트럼프에 대한 반감 표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차지했던 당대 최고의 명작이다. 비록 흑인 노예와 하녀 모습이 등장하고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가 등장했지만, 이 영화가 HBO의 OTT에서 삭제된다는 것은 미국 영화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이 영화에서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나, 당시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기도 했다는 불편했던 진실도 전해진다. 그러나 이 정도는 OTT 삭제 이유가 될 수 없다.
진실은 정치적 이유에 있는 것으로 추정 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데 불만을 나타내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훌륭한 미국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가 미국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결론은 워낙 트럼프와 미국 연예계가 사이가 좋지 않은 와중에 워너미디어가 총대를 메고 HBO를 통해 흑인시위대를 비난하는 트럼프에게 노골적인 반기를 들었다고 이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