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역질나는 영화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의 흥행과 함께 영화평이 제각각이다. “재밌다”는 평과 함께 “끔찍한 설정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까 겁이 난다”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불편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관람을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 교활한 음모로 남의 일자리 빼앗기
영화는 가난한 가족이 부자 집을 타겟으로 교활한 음모와 거짓으로 속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 설정이 일견 기발하고 유쾌해 보이기도 하지만, 내면은 그들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의 일자리 빼앗기이다. 심지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복숭아털을 뿌리기도 하는 등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아들 딸 일가족 네 명이 정보를 공유하여 공모하면서 서로를 칭찬하고 “자랑스럽다”며 격려한다. 가장인 기택(송강호 분)이 옆에 있으면 뺨을 후려치고 발로 짓밟아 주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다.
♦ 가난한 자의 적은 ‘가난한 자’
중반으로 넘어간 영화는 그들의 음모로 쫓겨난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이 주인 몰래 수 년 동안 지하실에 남편을 몰래 숨겨 놓은 사실을 고백하며 충숙(장혜진 분)에게 “우리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 번 만이라도 음식을 주면 안 될까요?”라며 간청한다. 그러나 충숙은 지엄한 표정으로 경찰을 부르겠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기택 일가족의 사기행위를 간파하여 약점을 잡은 문광이 태도를 돌변하여 갑질을 하다 죽음을 자초한다. ‘여자의 적인 여자인 것’처럼 가난한 자의 적은 또 다른 ‘가난한 자’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슬픈 장면이다.
♦ 불편한 ‘냄새’의 진실
박사장(이선근 분) 집을 드나드는 김씨 가족에게는 반지하 냄새가 난다. 특히 운전기사로 일하는 기택의 입장이 어렵다. 몸에 밴 냄새는 차 안의 좁은 공간에서 어쩔 수 없다. 냄새가 불편한 박사장과 그의 아내 연교(조여정 분)는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손을 휘저어 날려 보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 입에 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택이 눈치 못 챌 리 없다. 냄새로 인한 공존의 불편함은 기택이 박사장을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계기가 된다. 사건 전 날 폭우로 집이 침수 하면서 반지하에서 사는 열등감이 극에 달한 때문이다.
♦ 安分知足은 없다. 갈 데까지 가 본다.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반지하에서 물건을 챙기던 기택의 등 뒤 벽에는 ‘安分知足’(안분지족 :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알라)이라는 액자가 삐딱하게 걸려있다. 그가 비록 ‘安分知足’을 실천하고 싶었어도 현실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기택이 장남 기우(최우식 분)와 동생 기정(박소담 분)의 계교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공모한 배경에는 무능한 남편에게 사사건건 발길질 해 대며 업신여기고 바가지를 긁는 아내 충숙의 존재 때문이다. 그에게 安分知足이 있을 수 없다. 갈 데까지 가 볼 수밖에는 없다. 가장으로서 그는 ‘무계획이 계획’인 무책임한 사람이다. 게다가 위선자이기까지 하다.
♦ 영화가 남긴 불편한 진실
영화는 부자의 착취에 신음하는 반지하 사람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 악한 자고, 부자는 약간의 허세가 있기는 하지만 거짓말에 잘 속는 맹하고 심플한 사람이다. 이 점이 불편하다.
영화는 새로운 사회병리현상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람들은 자기 정보 보호에 더욱 집착할 것이다. 특히 부자들에게는 경종을 울렸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남에게 이용되는 생생한 과정을 봤기 때문이다.
♦ 봉준호가 원망스럽다.
앞으로 세상은 확연히 바뀔 것이다. 가사도우미가 필요 없는 라이프스타일 추구와 함께 AI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가용 운전기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운전자 신원이 담보 된 우버 등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근근이 유지되던 사회적 신뢰에 대한 의문으로 부자들의 자기보호본능을 일깨우는 한편, ‘가난한 사람들의 적은 또 다른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기분 더러운 등식으로 공동 우물에 침을 뱉은 봉준호감독이 원망스럽다.
<사진 : 유튜브 예고편에서 캡쳐 / 저작권침해의사 없음>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도대체 뭘까?
가난한 자의 적은 가난한자?
저는 좀처럼 부가 축적되지 않는 이 시대의 빈자의 모습 정도로 보았는데 이런 시각도 있네요 ~^^ 양질의 기사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