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과 노보살들

요즘 사찰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연등 달기가 한참이다. 연등에는 사연이 제각각인 발원 당사자 이름이 달리지만, 발원자가 직접 다는 일은 드물고 통상 나이 드신 보살님들이 가족들을 위해 단다.

절살림 사무를 보는 분이 건강 때문에 자리를 비워 대신 일을 하다보니, 이런 보살님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평소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오시는 보살님들에게 연등 동참금액은 결코 만만치 않아 내 마음도 그리 편치 않다. 특히 식솔들이 많을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가진 돈의 액수에 따라 우선 순위가 결정 된다. 그런데 … 보살님들이 연등을 달 사람을 결정하는 순서가 재미있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손자, 셋째는 살아있는 남편, 넷째는 며느리, 다섯째가 딸들 … 마지막으로 본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본인 연등은 거의 달지 않고 마무리 된다.

그런 노보살들 덕분으로 절이 운영이 되니 너무 고마운 마음이지만, 앞으로의 종교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계속해서 켜져 있는 등불은 하나의 불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계속 새로운 기름으로 새롭게 타오르는 불꽃인 것처럼 종교사회 또한 끊임없는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과 활동이 필수 요건일 것이다.

그런 아쉬움들이 이젠 조금씩 절망감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달 말로 연기된 윤달의 초파일 행사에는 젊은 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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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 태어나고 순간순간 소멸되는 것이 끝없이 이어지면서도 전혀 태어나거나 소멸되거나 변화되지 않는 것
생과 멸이 그대로 생과 멸이 아닌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이대로의 세계인 것을 모르는가?
———화엄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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