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짙게 드리우는 안개에 웬만한 것들은 가려지고 책상 창가에는 몇 그루의 나무들만이 나랑 대면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짙은 안개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피어났던 인도 천축선원의 연꽃들이 떠오른다.
연꽃과 관련된 제주불교신문의 기사에서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으로서 불교를 상징한다.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지만 잎도 꽃도 더럽혀지지 않고 깨끗하게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이다. 곧 탁하고 약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육도를 윤회할지라도 우리의 근본 불성은 물들거나 흐려짐이 없이 언제나 깨끗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또한 꽃이 피는 것과 동시에 열매인 연밥이 함께 나타나는 화개현실(華開顯實)의 특징은 원인과 결과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닌 원인을 만들어질 때 이미 결과가 생겨난다는 상징이다. 원인이 곧 결과요, 결과 속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라는 이야기에 충분히 교감이 된다.
연꽃의 상징처럼 주위의 환경에 껄떡대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바라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샐 수없이 올라오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어찌할꼬…
오늘은 그런 하루가 많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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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은 시작 없는 옛적부터 나고 죽는 것이 아니고, 푸르거나 누른 것도 아니며, 어떤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이름과 말과 자취와 관계를 초월한 본체가 마음이다.
—황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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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책상 앞의 안개 / 현담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