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머물다보니 돌아가신 亡者와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지금도 이 곳에서는 49재가 진행이 되고 있고 어제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시다림 (屍茶林)을 다녀왔다.
나 스스로 또한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이지만 겪어오는 숱하게 많은 사연들로 인해 어느 때는 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살이는 땅속에서 3년, 세상에 태어나서는 하루를 살고, 매미는 5년에서 17년을 땅 속에서 살다 세상에 태어나서는 1개월로 삶을 마감하고…
사람들 또한 태어남은 곧 죽음을 동반하고(生者必滅), 만남은 곧 이별을 이야기하듯이 (會者定離)…
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
세상 모든 것이 덧없으니, 그것은 나고 죽는 이치이다
나고 죽음이 없어지면, 고요하고 쉬어 즐거움이 되리니
어쩌면 죽음이란 살아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이 결코 둘이 아님을 아는 순간 마음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새벽엔 내린 빗소리로 가부좌를 풀고 잠시 창가로 다가서서 우두커니 눈과 귀가 가는 곳에 머물러 보았다.
빗소리는 항상 그런 우두커니의 맛이 좋은 것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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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지에 눈이 덮인 뒤
처음 길을 가는 이는
발걸음을 어지럽히지 말아야 한다.
-서산대사-
공중에 나는 새가 흔적을 남기지 않듯
깔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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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의 백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