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하여 내린 눈으로 절간엔 아름다운 설경으로 가득 차 버렸다. 사진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절경들이 아쉽다.
부도탑 올라가는 언덕엔 절간에 머물고 있는 늙은 아이들의 눈썰매장이 되었다. 덩달아 오르락내리락을 하고나니 둘레길 걷는 것보다 순간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어 금방 지치고 만다.
그렇게 순백의 절간에 갇혀 며칠이 찰나처럼 지나간다. 지인이 보낸 글귀처럼
“흘러가니 얼마나 다행인가 ! 또 다른 새로운 것으로 채워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흘러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나는 금년엔 어떤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을까? 그저 가끔씩 요동치는 쓰레기만이라도 버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리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미쳐 칼날 위에서 춤을 추 듯 산다”는 성철 스님의 한마디가 오늘은 비수 같다.
금년엔
흰눈에 내리는 햇살이 눈부신 것처럼,,,,,
이젠 칼날 위에서 내려와 잔잔한 마음으로 가득하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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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기도]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 버리고 싶은 갈망,
비하만의 시구(詩句)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것이다.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포장마차를 타고
일생을 전전하고 사는 집시의 생활이
나에게는 가끔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내 혈관 속에서 어쩌면
집시의 피가 한 방울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공상해 보고 웃기도 한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의 선물이 아닌가
나는 생각해 본다.
– 전혜린의 ‘먼 곳에의 그리움’ 에서
♥━★━♥━★━♥
주님,
저의 혈관에
아름다운 충동이 흐르고
후회 없이 방랑할 수 있는
자유의 혼을 주셨으니
나아가는 발걸음이
자아의 완성을 향한
설레는 여행이게 하소서.
아멘 ♥
—지인 보낸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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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 현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