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화암사 수바위 (穗岩) / 영락없는 코끼리 상이다>
화암사(禾巖寺)는 설악산 미시령 고개를 넘어 동해 바다를 내려 보고 있다. 절 입구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바위가 있다. 바위 이름수암(穗岩)이다. 화암사라는 절 이름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수암(穗岩)의 수자는 穗 이삭 ‘수’자로 파자하면 벼 ‘화’(禾) + 은혜 ‘혜’(惠)가 된다. 즉 “쌀의 은혜바위”라는 말이 된다.
한편 화암사(禾巖寺)라는 절 이름도 벼 ‘화’(禾)와 + 바위 ‘암’(巖) + 절 ‘사'(寺)로 “쌀바위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바위 모습은 영락없는 코끼리 모양이라 미륵보살전을 지키는 연세가 지긋한 보살에게
“보살님 ! 저 바위가 코끼리 모습인데, 사람들은 왜 수바위라고 부르나요 ?”
라고 여쭈어 보니, 대답이 심오하다.
“사람마다 마음이 다르니, 느낌도 다르고 그러니 같은 상을 보고도 각자가 다르게 말하는 것이지요 ”
한마디로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깨달음의 말씀이라 저절로 합장을 하게 된다.
♦ 수암(穗岩)에 내려오는 전설
수암(穗岩)에 얽힌 설화가 있다. 수암(穗岩)에는 구멍이 하나 있었는데, 끼니때마다 그 구멍에 지팡이를 넣고 세 번 흔들면 2인분의 쌀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기를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욕심 많은 한 객승이 이를 보고 ‘세 번 흔들어 2인분의 쌀이 나오면, 300번 흔들면 200인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팡이를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구멍에서는 피가 나왔고, 이후 쌀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 하나 더. 수바위에는 계란 모양 바위위에 왕관모양의 또 다른 바위가 놓여 있다. 이 바위 윗면에 폭1미터 둘레 5미터의 웅덩이가 있다고 한다. 이 웅덩이에는 물이 항상 고여 있어 가뭄이 들었을 때 이 웅덩이의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고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왔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수바위의 수자가 물 ‘수’(水)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제 바위를 보면, 바위의 생김이 뛰어나 빼어날 ‘수’(秀)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절에 거주하는 나이든 보살님이 모를 리 없음에도 짐짓 “일체유심조”를 순한 말씀으로 해 주신 공덕에 합장을 한다.
귀가 솔깃한 이야기도있다. 수바위는 아들을 점지해 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진 : 대웅전 마당에서 내려 보면 아득히 동해가 보인다>
<사진 : 대웅전 마당 오른편에서 본 수바위>
<사진 : 미륵전은 동해 바다를 내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