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사 이야기 8, 인상주의

<사진 : 인상주의라는 이름이 비롯된 된 클로드 모네의 유화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

위의 그림과 같이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색채, 색조, 질감 자체에 관심을 두고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묘사하였다. 인상주의의 이러한 화풍은 그림의 특성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문화사적인 이슈로 제기 된다.

♦ 요즘 “#미투” 풍조와 비슷

인상주의가 화단에 준 충격은 비난 일색과 함께 수많은 폭로와 숨겨진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미투” 라고나 해야 할까. 아래는 ‘에두아레 마네’의 대표작 ‘풀밭 위의 점심 식사’라는 작품이다.

그림의 배경을 적당히 어두컴컴하게 마무리 했다. 사실주의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기법이다. 어두운 배경 덕에 햇빛을 받은 주인공 여자만을 눈에 확 띄게 누드로 그려 놓은 그림이다. 남자들이 겉으로는 교양 있는 척 하지만 뒤로는 젊은 여자와 놀아난다는 걸 까발린 의도였다고 한다.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은 이 그림을 화랑에 전시 할 때 다른 작품보다 높게 걸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림을 본 당시 사람들이 화를 내며 지팡이를 휘둘러 그림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였다는 것이다.

 

♦ 올랭피아, 현실의 매춘부로 상류층을 조롱

마네의 또 다른 작품 ‘올랭피아’는 이 보다 더 큰 일이 벌어져 그림 앞에 경비원을 3명이나 배치했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발칵 뒤집어졌다고 한다. 우선 그림의 주인공이 그 전까지 주로 주인공이 되었던 귀족 부인이나 신화 속의 여신들이 아닌 현실의 매춘부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나체에 대한 의례적인 미화 없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벌거벗은 몸을 그린 것도 문제였다. 그 전에만 해도 여성의 나신은 여신에게나 허용되던 것이었다. 나부는 여신이 주인공이고, 여신이라면 하늘거리는 천이나 성스러운 샘물 근처에서 아름다운 꽃과 이름 모를 새들 그리고 천사와 함께 노닐어야 한다는 일종의 도식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랭피아>에서 주인공인 나부는 한 눈에 보기에도 싸구려 티가 나는 꽃을 머리에 달고 비천한 흑인 하인 여성이 꽃을 들고 있다. 당시의 고상한 관객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천박한 작품이었다. 게다가 발밑부분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서양에서 ‘재수없음’의 상징이다. 프랑스어로 암고양이를 일컫는 단어 la chatte는 은어로 여성의 성기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비속어로 여성의 음부를 조개 같은 것에 비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그림 속 고양이의 꼬리는 꼿꼿이 서 있는데, 일부에서는 그 꼿꼿이 선 꼬리가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150년 전 파리에서는 상류층 남성만을 상대로 한 고급매춘부가 유행이었다고 한다. 매춘 여성이 늘어난 데에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경제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당시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철저한 약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부르주아 남성들의 생각은 집에 있는 아내는 아이를 양육하고 집안을 돌보는 존재일 뿐이었다. 따라서 마네의 ‘올랭피아’는 이러한 당시 세태를 꼬집은 작품인 것으로 평가 된다. 당시에 오늘날 같은 “#미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며,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자라난 ‘마네’가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사회의 모순을 폭로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사회의 모순을 폭로

인상주의화풍은 ‘르누아르’, ‘모네’, ‘세잔’, ‘드가’ , ‘고갱’, ‘고호’ 등에 의해 더욱 더 발전하여 한순간의 ‘빛과 그림자’의 오묘한 변화를 포착한 그림들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이 와중에서 ‘마티스’ 같은 화가들은 ‘야수파’라는 이름으로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원색 화풍으로 대상의 특징을 과감하게 그렸는데, 인상파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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