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사이야기 3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본 르네상스)

“르네상스는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프랑스어의 renaissance, 이탈리아어의 rina scenza, rinascimento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의 그리스·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하여 이들을 부흥시킴으로써 새 문화를 창출해 내려는 운동으로, 그 범위는 사상·문학·미술·건축 등 다방면에 걸친 것이었다. 5세기 로마 제국의 몰락과 함께 중세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그때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야만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로 파악하고 고대의 부흥을 통하여 이 야만시대를 극복하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출처 : 두산백과) 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야만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로 파악하고 고대의 부흥을 통하여”라는 부분이다. 과연 무엇이 “야만시대”이고, “인간성 말살”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고대의 부흥”에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 이다.

인간 중심 예술표현을 통한 야만시대 극복

“야만시대”는 모든 것을 하느님을 중심으로 사람의 감정은 모두 버리고 하느님의 착한 종이 되고 그의 쓰임을 받는 것에 모든 정성을 쏟았던 헤브라이즘 시대에 대한 반성인 것으로 보인다. 건축에서, 조각에서, 그림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 등 모든 예술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까지는 굳이 “야만시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와 일부 성직자들이 엄청난 권세를 가지고 정치나 개인사에도 깊이 간섭하여 모든 개인적 욕망을 억제하고 오로지 하느님에 대한 충성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여기에 사람들의 욕망과 기쁨과 슬픔을 억제하고 길들이는 엄격한 종교분위기가 “인간성 말살”로 표현 된 것이다. 따라서 교회의 강력한 통제를 벗어나 사람들의 자기감정을 나타내고자 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그것은 그리스 로마시대로의 회귀 욕구가 “고대의 부흥”이라는 문자로 설명 된다.

마침 이때가 교황의 권력도 약화 된 시점이기도 했지만, 이태리의 플로렌스 ( 피렌체 ), 베니스 ( 베네치아 ) 등 항구 도시에는 무역상들을 중심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이러한 문화변천에 대한 욕구자로서 또한 그 스스로가 수요자가 되었기 때문에 하느님 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문화의 트렌드가 변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근법은 인간위주 관점전환의 증거

이 시대 최고의 예술가는 단연코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그는 화가, 조각가, 음악가, 토목기사일 뿐 아니라, 모든 예술과 과학에 정통했다. 그의 불세출의 작품인 ‘최후의 만찬’은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식당 한 쪽 벽면에 프레스코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인데, 원근법 화면구성 그리고 소실점이 실제 공간의 벽으로부터 시작하여 중앙에 자리한 예수의 얼굴로 모아진다.

완벽한 원근법이라고 한다. 원근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시선의 메카니즘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원근법의 발견은 곧 시선의 주체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곧 작가의 시각으로, 관람객의 시각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양인에게 ‘본다’는 것은 1인칭 개념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데카르트는 인간이 주체가 되어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능력이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은총이라고 여겼다. 원근법의 시점(視點)은 관찰자가 중심이 되어 대상을 바라보는 1인칭 시점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이 나를 보시는게 아니라 내가 하느님을 보는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모나리자’가 문화사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이유도 사실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그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모나’는 이탈리아어로 ‘마돈나’의 약칭으로 부인을 뜻하므로 ‘모나리자’는 ‘리자’의 부인 라는 의미이며, 피렌체의 한 상인의 부인이었다는 설이다.

스푸마토 기법의 매혹적인 웃음

그의 모나리자가 혁명적인 작품으로 평가 되는 것은 특유의 ‘스푸마토’sfumato 기법을 사용한 이유라고 하는데 그것은 그림을 그릴 때 윤곽선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명암조절을 통해서 형태를 나타내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스푸마토’sfumato 라는 말은 이태리어로 ‘연기 같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자연에는 빛과 어둠이 있을 뿐 경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여기에 깔려있다. 사람들은 모나리자의 미소가 수수께끼 같다고 하는데, 레오나르도가 눈 주위와 입매에 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물감을 수 없이 덧칠해서 만든 색상 차이로 명암을 구현한 것이라 입 꼬리가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알 수 없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그림은 의뢰인이 찾아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의뢰인이 볼 때 이 초상화는 눈썹을 뽑고, 이마는 정숙하지 않게 너무 많이 드러내 놓았으며, 조금도 수줍음 없이 상대를 향해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실이라면 의뢰인은 꽤 졸렬한 사람이었으리라.

 

 

송근석 / shark@thesignal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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