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다보면 귀가 열리는 느낌이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천태산에 오르는 좁은 산길을 걷노라면 낙엽이 밟히는 소리,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 바람불어 가지들의 윙윙 거리는 소리들이 선명히도 들린다.
난 그냥 들어주기만하면 되는 무료 관객이다.
홀로 걷고 있는 구경꾼을 위한 협주곡이다.
산 가까이 살아 자주 이런 음악회를 갖는 자의 또 다른 작은 즐거움이다.
어제 저녁엔 몇분들과 저녁과 함께 대화를 하고, 오늘도 또 한.두사람에게 많은 말을 꺼내 놓은 듯하다.
하지만 말이 많아지고 난 후엔 어김없이 후회스러움과 허전함이 밀려오고 요즘은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귀가 열려 있는 시간은 그저 넉넉한 여유로움인데,
입이 열려있는 시간은 항상 긴장스러움의 연속이다.
많은 말 속에는 忘語(망어:쓸데없는 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리라.
불쑥 불쑥 올라오는 쓸데없는 마음들을 잠깐 잠깐 쉬게 할 수만 있다면,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나도 부처가 될 수 있으련만,
그러면 산 속에서 들을 수 있는 협주자들과 함께 할 수 있으련만,
나이를 먹어 갈수록 귀중한 그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쯪쯪 …
>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 헤르만 헤세 ——-
삼랑진 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