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중앙선을 타고 운문산역에서 내려 “물의 공원”이라는 지역으로 걸어본다.
가는 도중 나이 드신 분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캐내 검은 봉투 안에 담는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냉이가 제법 소복 하다. 추운 날이 물러나니 봄소식을 알리는 가장 빠른 나물이다.
내 아내는 도심 한복판에서만 살아본 사람인데, 의외로 이런 산골에서의 맛을 너무 즐긴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서 가져온 나물 캘 도구들을 꺼내 나에게 건넨다. 하지만 그 주위를 둘러보아도 별로 신통치 않아 주저주저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저쪽 어느 곳을 지적해 준다.
우와 !
“냉이가 제법 몰려있는 보물 같은 곳이 있었네 !”
바지가 짧아 엉덩이를 조금 내놓고 정신없이 냉이를 캐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정겹게 눈에 들어오고 뭉클한 느낌이 가슴에 들어온다.
참으로
인연 따라 모였다가 인연 따라 사라질 뿐이라는 무상함을 모르지 않건만, 이런 생각과 감정에 집착함으로 생기는 것이 바로 생과 사의 업보로써의 고통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냥 인연 따라 온 잠시의 행복한 느낌은 잠시 즐기고, 떠나감에 자연스레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괴로운 인연이 오면 피하지 말고 잠시 괴로워하는 것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시간적으로 또 변화되는 과정 중의 일부일 테니까 …
그런 일상들이 우주법계의 진리이고 우리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인 허상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뼛속 깊숙이 느끼면서 …
그렇게 깨달음, 해탈 이란 어떤 위대함이 아닌, 우리의 주위에서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저 아무 일 없는 것이고 평범해지는 것” 그것이 아닐까?
그렇게 변해가고 흘러가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하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
그래서 결국엔 육체적인 흔적도, 정신적인 흔적도 없이 그냥 오고 가는 것에 초연한 관객처럼…
그런 평안의 마음이 곧 사랑이라는 느낌과 함께 …
그런 마음이 나로 하여금 잔잔한 미소가 멈추지 않게 한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
어설픈 대머리
『일체만법은 오로지 나에게 인식된 세계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