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발병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 안 돼
비만치료제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성 서한이 발표되면서 관련 업계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벨빅은 중추신경계의 수용체에 작용하는 식욕억제제로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2015년부터 수입·판매하고 있으며, 비만치료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FDA는 자체 홈페이지에 “벨빅이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연구에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경고성 서한은 제조사인 에자이가 5년 동안 1만2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복용 후 심장위험을 평가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다만 FDA는 “아직 암의 원인이 확실하지 않아 벨빅이 암의 위험을 높인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잠재적 암발생 위험 가능성을 고지하는 것으로 앞으로 임상연구를 지속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 후속 대책 검토 중
국내 식약처는 FDA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국내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쳐 안전성 서한을 배포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1000억원 규모로 일동제약의 벨빅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광동제약과 동아에스티가 공동판매하는 같은 계열의 콘트라브가 있다.
벨빅은 향정신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의 비만환자, 또는 고혈압 당뇨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체질량지수 27㎏/㎡ 이상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조절을 위한 보조요법으로 처방된다.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이 약이 과거 식욕억제제인 리덕틸처럼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턱틸의 경우 2010년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에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의약품의 경우엔 안전성 문제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도 자진 철수하기도 한다.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경우 회복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소송 등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인과관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체약물이 있는데다 환자가 복용을 꺼리기 시작하면 의사의 처방건수가 줄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출처 : 뉴스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