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에서

오랜 만에 주지스님과 같이 작은 항구인 모슬포에서 저녁을 하게 되었다.

모슬포는 제주도에 머물면서 가장 정이 가는 작은 항구인 것 같다. 작지만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듯한, 큰 항구에 있는 모던한 것들조차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겨운 항구도시이지 않을까? 싶다.

아내와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도 모슬포이고, 절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다. 10분정도 거리에 좋아하는 산길이 있고, 20분 정도의 거리에는 애월의 해변가와 모슬포같은 정겨운 항구가 있으니 어찌 이곳을 이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식사 후 잠깐 짬을 내서 걸어보는 해변가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석양과 구름의 모습에 모두들 넋이 나간 듯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넘어가는 해는 순식간에 수평선에서 사라졌다. 남은 노을의 빛깔이 적색의 하늘을 만든다.

순간순간 다르게 보여 지는 구름의 형상들은 내일이면 완전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생각은 구름을 만들고 구름은 번뇌를 만들고 그리고 또 다른 망상을 불러온다.

오늘따라 이쁜 망상들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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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숨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 생겨남이요

이 목숨 쓰러짐은

한 조각 뜬구름 사라짐이라

구름 그 자체가 실체가 없으니

삶과 죽음이 오고 가는 것도 그와 같다.

—서산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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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 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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