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오늘)은 ‘세계 폐암의 날(World Lung Cancer Day)’이다. 폐암은 주요 암 중에서도 예후가 극히 나쁜 암이다. 실제 국내 폐암 발병률은 주요 암중 남성은 2위, 여성은 5위에 머무르지만 사망률은 모두 1위를 기록한다. 이렇게 치명적인 폐암에도 요즘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맞춤의료를 표방한 정밀의료가 다른 암보다 폐암에 활발히 응용되면서 치료성적이 눈에 띠게 좋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법을 도입해 정밀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으로부터 ‘폐암치료의 최신 트렌드’를 들었다. (도움말 주신 분: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김홍준 교수, 병리과 라기용 교수)
Q: 정밀의료의 개념은?
A: 암의 발병은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시작됩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생식세포 변이로 인한 가족성 암증후군도 존재하지만, 대개의 암은 여러가지 환경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동안엔 암 치료를 위해 표준화·체계화된 획일적인 치료약을 처방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치료약이라고 해도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환자마다 보유하고 있는 암의 유전정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밀의료는 암의 발병원인인 유전자 정보를 파악해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암의 유전정보, 영양상태, 장내세균 등을 종합해 치료 순서와 약제 종류를 선택하고, 부작용과 내성을 예측해 치료계획을 세웁니다.
Q: 같은 폐암이라도 치료약이 달라지나요.
A: 폐암 표적치료제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해당 유전자 변이에 따라 치료약의 효과와 부작용 등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폐암의 경우 표적으로 발견된 유전자 돌연변이가 3가지 정도가 되며, 각각에 맞는 표적치료제는 더 다양합니다. 또 최근 등장한 면역항암제의 경우에도 환자 개인의 조직을 분석해 효과가 있을지 예측해 사용여부를 결정합니다.
Q: 폐암은 예후가 극히 불량한 암입니다. 유전자변이를 찾은 뒤 맞춤치료를 하면 암치료 성적이 얼마나 향상되나요.
A: 정밀의료가 등장하고부터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가 폐암입니다. 실제로도 위암이나 췌장암·담낭암·담도암보다 예후가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폐암 4기의 기대여명은 12개월이 채 안됐지만 맞춤치료가 시작된 뒤로 24개월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Q: 유전자 분석은 어떻게 하나요.
A: 정밀의료를 이끈 견인차는 바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입니다. 이전에는 N개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N번의 검사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이 등장하면서 단 한번의 검사로 주요 암 유전자 변이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맞춤형 항암치료와 함께 암종별 다학제팀의 치료계획 수립 및 치료반응 예측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유전자 변이 진단에 걸리는 시간, 그리고 비용은 얼마나 추가되나요?
A: 진단에 걸리는 시간은 의사 근무일수 기준으로 10~14일이 소요됩니다. 검사 자체로는 약 5일이 걸리지만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검체의 양이 10명분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사에 필요한 장비가 고가이기 때문에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병원은 많지 않습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은 선별급여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검사 유전자 개수가 50개 미만인 레벨 1은 116만원, 50개 이상(통상 150개 안팎으로 시행) 레벨 2는 166만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지난 5월 이후 비급여의 일부가 급여로 전환돼 레벨 I은 58만원, 레벨 2는 83만원이 청구될 것으로 예상되며,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비급여 부분에 대한 보장이 가능합니다.
Q: 현재 사용되는 ‘온코민 종합분석 V3’의 유용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다수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시스템입니다. 온코민 종합분석은 이러한 유전자 검사세트의 상품명이고, V3는 세번째 버전이라는 뜻입니다. 현재로선 최신버전입니다. 이 상품 말고도 다른 회사에서 출시한 트루사이트라, 그리고 파운데이션 DX(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음)라는 상품도 있습니다. 어쨌든 인체내 모든 유전자를 보는 것부터 특정 유전자만 선별해 검사하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당연히 개수가 늘어날수록 비용 및 시간은 추가됩니다.
Q: 이러한 맞춤치료는 국내에서 어느정도 보편화됐나요.
A: 많은 국내 병원들이 이런 상품화된 패널을 이용해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것보다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미국에서 검증하고 승인한 제품이므로 안정성도 확보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유전자 13개가 반드시 검사패널에 포함돼야 차세대염기서열분석 승인을 받을 수 있고, 따라서 모든 국내 출시된 차세대염기서열분석 유전자 검사키트가 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정밀의학 수준과 미래 전망은?
A: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A라는 유전자의 변이에 대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그 반응을 1~4로 구분했을 때, 1~2에 해당되는 표적치료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다 시행되고 있습니다. (1은 임상실험까지 모두 시행한 뒤 매우 효과가 좋은 것, 4는 동물실험 세포실험 등 연구단계) 하지만 3~4에 해당하는 표적치료는 충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입니다. 외국에서 보편적으로 하고 있는 표적치료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암환자가 정밀치료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입니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첨단의료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의가 높고,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성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곧 저렴한 비용에 최신지견에 기반한 정밀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출처 : 뉴스웍스(http://www.newswor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