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는 이들에겐 생존권 문제인 단 돈 50원
칠레에선 지난달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을 30페소(약 50원) 올린다는 방침에 반발해 시민들이 시위를 시작했다.
이란에서도 지난 15~16일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 이란 주요 도시 10여 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촉발 원인은 칠레와 비슷하다. 기름 값이 1ℓ당 50원 오른 것에 대한 반발이다. 휘발유 가격이 1ℓ당 1만 리알(약 100원)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올랐다.
이정도 가격이면, 0.5ℓ생수 한 병 값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로 붕괴된 경제체제에서 무허가 택시로 연명하는 서민들에겐 생계를 위협하는 조치다. 더구나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휘발유도 대략 3~4일 분인 60ℓ밖에 안 된다. 60ℓ를 초과하면 1ℓ당 3만 리알(약 300원)을 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휘발유 가격이 3배나 오른 셈이다.
기름값 인상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분노는 칠레와 마찬가지로 사회 불평등 전반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홍콩시위도 문제의 본질은 빈부격차에 있다고 보는 분석이 유력하다. 홍콩경제의 핵심을 중국 대륙의 무한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독점한 불공정 경쟁의 문제가 근본이다.
♦ 홍콩시위도 근본은 빈부격차 문제
홍콩의 평균 집값은 한화 약 14억 원으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2018년에는 19.4㎡(약 5.8평) 원룸이 약 11억 원에 팔렸다고 알려졌다. 1평당 가격이 2억 원인 셈이다. 이런 집값에 많은 홍콩인이 쪽방, 홈리스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홍콩인들은 이런 주거 환경을 ‘관에서 산다’고 표현한다.
지난 달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금융 중심가에 있는 ‘더 센터’ 빌딩의 지하 1층 주차장 한 칸이 최근 760만 홍콩달러(약 11억3000만원)에 팔렸다. 주차장 한 칸의 면적이 약 3.8평이므로 평당 3억원 가량에 팔린 셈이다. 평수로 따지면 홍콩 주택 중간 값의 3배가 넘는 가격이다. 어처구니 없는 빈부격차에 시민들이 들고 일어 난 것이다.
♦ 빈부 양극화의 성장통 –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중국 자본이 홍콩 경제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올랐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 1997년 홍콩토지의 취득에서 중국 자본이 77%, 로컬 자본이 23%를 차지했다. 10년 후인 2017년에는 중국 자본이 100%에 달했다. ▲ 1997년 상위 10개 IPO(기업 공개) 투자자문기관은 모두 로컬 혹은 중국을 제외한 국외 자본이었다. 10년 후인 2017년엔 상위 10개 중 9개가 중국 자본이다. ▲ 상가의 대부분도 중국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 세계 부동산 재벌 10명 중 7명이 중국인으로, 대부분은 홍콩과 선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홍콩 최저임금 37.5홍콩달러(한화 5,700원)
중국기업들의 홍콩진출과는 반대로 홍콩시민들의 생활은 더욱 열악해 지고 있다. 지난해 말 홍콩 빈곤인구가 137만7천 명으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만5천 명이 증가한 수치다. 740만 명 홍콩 인구에 대입하면, 홍콩인 5명 중 1명은 빈곤층에 속하는 셈이다. 낮은 임금과 직종 간 임금 차별로 홍콩 빈곤율은 더욱 심각해졌다. 빈곤층은 월평균 중위소득 50%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에 해당한다.
♦ 홍콩 법인세는 세계 최저 수준, 최저임금은 한화 5,700원
홍콩 법인세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연간 과세소득이 200만 홍콩달러 이하인 기업에는 8.25%, 초과 기업에는 16.5%의 법인세율을 적용한다. 반면에 2018년 전체 산업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37.5홍콩달러(한화 5,700원)에 불과하다. 이를 토대로 월 평균 중위소득은18,000홍콩달러(약 220만원)이다. 임금이 가장 높은 교육 및 공공행정은 28,400홍콩달러(340만 원)이지만 비기술직은 12,300홍콩달러(147만 원) 수준이다.
홍콩인구 740만명의 20%가 빈곤층으로 월평균 중위소득 50%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돈 110만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가 중국 관련기업으로 표출 되고 있다.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점포를 닥치는 대로 부수고 불을 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먹고사는 문제로 들끓고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다만, 있는 사람들을 무조건 경멸하고, 앞서 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 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 불공정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에서 캡쳐 /저작권침해의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