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 선거전략 – 레임덕방지
레임덕(lame-duck)은 원래 영국의 오리 사냥꾼들이 쓰던 말이다. ‘총에 맞은 오리가 절뚝거리며 도망가지만 곧 잡힐 것이기 때문에 탄약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오리’를 의미한다.
미국에서 레임덕이라는 용어가 정치권에서 처음 등장한 건 1864년 미국 남북전쟁 중 북부에서만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였다. 이 선거에서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남은 임기 동안 정책은 마치 오리가 뒤뚱거리듯 힘이 빠져 전쟁에 패하게 될 것이므로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미국 신임 대통령선거는 지금과 같이 12월이었지만 취임식 날짜는 3월 4일 이었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으로 전쟁을 수행 중인 본인이 낙선한 후 4개월을 레임덕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건 국익을 위해 불합리하다는 호소를 한 것이다.
◆ ‘브로큰덕’이라며 조롱받은 아들 부시 대통령
‘브로큰덕(broken-duck)’은 대통령의 권력통제 불능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퇴임 전인 2009년 1월 20일,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이 “부시 정권이 레임덕을 넘어서 브로큰덕에 이르렀다”고 보도하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은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화 등으로 2008년 9월부터 터진 세계적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시급한 예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원들은 사태의 원인이 클린턴 정부 시절의 주택정책 ‘1조 달러 주택금융자금 지원사업’이 원인이었다며 반대했다. 즉 클린턴 정권의 포풀리즘을 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떠 안을 수 없다며 거부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와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패배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레임덕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데드덕(Dead Duck) 형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도 언론이 브로큰덕(broken-duck)이라며 봐 준 것이라고 평가된다.
◆ ‘시팅덕(sitting-duck)’이 더 심각할 수 있어
마지막으로 ‘시팅덕(sitting-duck)’은 앉아 있는 오리로 사냥꾼의 쉬운 표적인 상태를 말한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제대로 된 목소리는 물론 행동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사자가 입을 다물고 아무 말 안하니, 말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들에 의해 마구 난도질당할 수 있는 형국이다.
오늘 날 우리가 어느 국면에 와 있는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의 속내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나라의 안정을 위해 ‘duck이 德으로’ 되길 바라는 심정이다.
<사진 : 국보 제74호 청자 오리모양 연적(靑磁 鴨形 硯滴) / 문화재청 캡처>